mono + log

헛헛한 날에...

greensian 2013. 10. 26. 14:40

 

 

 

 

어느 블로그에서 본 글.
sns상에서 기쁨은 질투가 되고 슬픔은 약점이 된다고.

요거 곱씹을수록 은근 오묘하게 공감된다.

어젠 아끼는 선후배를 만났다. 중2병보다 심각한 요즘 나의 정신적 방황에 대한 카운셀링이 이어졌다. 글래스 와인 세잔을 주문하려던 세 여인은 나의 발제(?)로 와인 한 병을 모두 소진했다. 집에올 무렵 내 가방엔 부시맨 브레드가 2개 씩이나 담겨져있다.

언니는 내게 잔가지를 쳐내고 더 큰 것을 보라 하고. 지금 내가 접하는 여러 통로의 경험치들이 그 큰 일을 하는데 다양한 소스가 될 것이라고. 또 생각나는 대로 부딪혀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동생은, 탐구하고 가르치는게 잘 어울린다며 내 고민을 보며 본인을 되돌아본다고.

난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걸까. 내가 잘하는 건 뭘까. 또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내가 원했던 게 맞는 걸까. 넌 누군거니. ... 죽기 전엔 어떨까. 그 때도 후회하려나. 그 전에 난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꽤 오랜 시간 내가 붙들고 있는 질문이다.

온전히 나 혼자 있게 될 때, 잠자고 있던 감각들이 스믈스믈 일어나 여러 작은 목소리를 내는 한편 가능성이 무한해진다. 마치 크고 작은 알알의 감정의 뉴런이 살아있음이 감지되고 on-air 불이 켜지면 급작스럽게 시냅스가 쫙- 확장되며 활성화된다. 그 시간만큼은 제대로 충전, 꿈에 도전하는 욕망이 불타오른다.

문제는, 그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근자감이 때론 아찔하다. 마치 매일 매일 꿈이 뒤바뀌는 초등생과도 같다. 좀 다르다면 바뀌는게 아니라 추가된다는게 더 심각한 시츄. 그리고 12시면 사라지는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난 오후 4시면 부풀었던 꿈도 잠시 접어야 한다는 슬픈 이야기. 그리고 다음날 아침 10시 다시 꿈을 그린다.

오늘 잔가지를 다듬으려다 결정적으로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 아니 새롭게 더해진게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꿈과 꿈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나 할까.

꽃꽂이가 아니고 플라워 아트라며 굳이 강조하며, 다소 사치스런 가을을 보내며 끄적거리기에 심취해 있는 이 자유부인에게도 헛헛한 시간들이 예고없이 공포스럽게 찾아온다.

아직 무너지지 않고 날 붙들어주는 글이 있어 정말이지 참 다행이다. 그리고 감사하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

나 여섯살에 생을 마감한 분이다. 그 책을 지금의 내가 읽고 있다.

후대에 빛나는 지성을 남기고 가셨다.

 


p.s
이로써 어쨌든 요즘 나의 기쁨 아닌 슬픔(?)을 드러낸 셈이니 이건 공개된 약점인건가....

 

사진은2010@MoMA,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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