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04. 쪼글쪼글해
목욕하던 우리 아기
손가락 발가락이
쪼글쪼글해
아기는
한참 동안
제 손과 발 쳐다본다
쪼글쪼글
쪼글쪼글 따라하며
생글생글 웃는다
우리 아기 잠꼬대
쪼글쪼글 쪼글쪼글
아침잠 깨는 마법의 주문
엄마가 웃는다
아기도 웃는다
하윤은 새로운 말을 배우는 과정 중에
잠들기 전과 아침에 막 깨어났을 때
혼자서 중얼중얼하며 복습을 하는 버릇이 있다.
어느 여름 날 아침.
혼자 잠이 깬 아이가 주문을 걸듯 손가락을 펴 보이며 중얼거린다.
- 쪼글쪼글
- 쪼글쪼글
- 쪼글쪼글해...
난 그 소리에 잠에서 깨고는 큭큭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꾹 참고
계속 자는 척을 했다.
전날 저녁 목욕하면서 알려준 단어가 신기했던 모양이다.
아이가 말을 한다는 건 참 기적 같은 일이다.
엄마와 아빠, 모든 가족이 하는 말과 행동과 습관을
오랫동안 탐색하고 관찰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입 밖으로 툭!하고 내던져지는 마술 같은 일이다.
2013년 만 두돌을 앞둔 5월의 봄날의 아이의 어휘력은
두 세 단어 정도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만
조금씩 녀석의 단어장이 늘고 있는 게 기쁠 따름이다.
이젠 잠들 무렵 아이가 먼저 말한다.
- 엄마, 코 자자
- 아빠, 코 자자
2013. 한 여름 무더위에 대처하기 위해 에어컨을 들였던 5월 초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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