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hi-coco story

story 02. 비

greensian 2013. 11. 17. 23:46

 

STORY 02. 비

 

촉촉한 빗물

아기 손 끝에

톡 !

톡 !

톡!

아기 발 끝에

톡 !

톡 !

톡 !

 

엄마 뱃속 따뜻한 바닷물

손 끝에

꼬~물~꼬~물

발 끝에

꼬~물~꼬~물

   결

   다

 

 


 

 

하윤이가 제일 즐거운 순간은

물을 만나는 시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졸린 눈을 비비고

엄마 옆에서 화분에 물을 주는 것도

 

엄마랑 놀이터 다녀와서

제일 먼저 모래 먼지가 묻은 손발을 닦고

뽀득뽀득 세수하는 것도

 

매일 분수대로 놀러가고 싶은 것도

저녁이면 욕조 안에 “풍덩!”하고 들어가는 것도

다 물이 좋아서래요.

 

사실, 하윤이는 세상에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 작고 따뜻한 바다에서

어푸어푸 물놀이하고

발장구치고 헤엄치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일까요?

하윤이는 물을 아주 좋아해요.

 

컵에 담겨있는 물을

꿀꺽 하고 마시면 기분이 싱글벙글

설거지를 끝낸 엄마가 손에 남은 물기로

내 얼굴에 튕기며 앗 차가워! 장난해도 싱글벙글

화분에 물을 주다가 물뿌리개 방향을 실수로 잘못 잡아

얼굴에 뿌려져도 으하하하 싱글벙글

 

그런데 오늘은,

하루 종일 하늘이 어둑어둑하다가

하늘에서 물이 동당동당 떨어졌어요.

“와! 무이다!”

“엄마, 무!! 무울!!”

온통 하윤이가 좋아하는

물로 가득 찬 세상이예요.

 

촉촉한 빗물이

손 끝에, 발 끝에

톡. 톡. 톡 닿을 때면

꼭 엄마 뱃속에서 만난

작고 따뜻한 바다 물결이

꼬물꼬물거리는 것 같아요.

 

 

 


 

말로만 듣고 글로만 알던 진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던 그날.

마지막 한 시간은 세상에 그 누구도 의지할 데 없어 참 무서웠다.

오로지 나와 아기 뿐.

내가. 살기 위해,

아기를. 살리기 위한 방법은 내가 강해지는 수 밖에 없었던 순간.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아기가 나오는 순간 너무 다행이다 감사했고

꽤 오랜 시간 산고에 시달린 아기여서 응급상황인 터라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바로 인큐베이터로 보내야 했던 그 찰나의 순간은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

 

여러모로 부족하고 준비가 안 된 엄마였는데도,

나를 엄마로 불러주고 30대 성장통에서 일으켜 준 녀석에게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 뿐.

 

곁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준 하윤을 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

특히 물을 만나는 모든 놀이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질리지 않고

즐거워 하는 녀석을 보았다.

올 여름은 분수대로 출 퇴근 도장을 찍으며 보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아이들이 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비단 아이들만은 아니겠지.

 

비 오는 날 드라이브를 즐기고, 뽀송뽀송한 카페에 앉아 창밖 너머 비오는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 한잔 하는 어른들의 로망도 큰 법. 비오는 날이면 센치해지고 감성이 말랑말랑해지고 어느 노래 가사처럼 빨간 우산이 생각나기도 하고 때론 얼른 집으로 들어가서 엄마가 해 주는 노릇노릇한 김치전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제 갓 두 돌을 넘긴 하윤은 왜 물이, 비가 좋을까 상상해 보았다.

혹시 이런 기분일까-. 이런 상상이면 엄마가, 내가 행복하겠다 싶어서.

조금 이기적인 혹은 비약적인 상상일까.

아직 두 세 단어의 표현으로는 부족하니 녀석이 좀 더 크면 꼭 물어봐야겠다.

하윤 너는 왜 물이, 비가 좋은 거니?

세 살 하윤이가 분수대 물에 열광하고

빗물을 좋아했던 그날, 엄마는 이런 상상을 했었다 라고 말할거야.

벌써 녀석의 답이 궁금해진다.

 

 

2013. 하윤 생애 세 번째 여름,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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