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03. 하늘하늘 나비처럼
자전거 타고
엄마랑 아침 산책 가요
코 끝에 닿는 바람이
살랑살랑 시원하지요
하늘하늘 하얀나비
바람결 타고
팔랑팔랑 춤 춰요
이리와-
내 손에
닿을락 말락 닿을락 말락
잡힐 듯 말듯 잡힐 듯 말듯
힘이 든 나비
토끼풀 위에
살포시 앉아서
달콤한 꿀물 쪽쪽
나도 상상해요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야채 쥬스 쪽쪽
기분 좋아진 나비가
이리와-
나에게 손짓해요
나를 친구로 생각하나봅니다
춤추는 나비를 쫓아
나도 한참동안 풀밭을 뛰었습니다
이제 다리가 아파요.
엄마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듭니다.
나도 하늘을 날 수 있을까요
하늘하늘 내 친구 하얀 나비처럼
팔랑팔랑 내 친구 하얀 나비처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 말.
아침을 먹고 10시 즈음이 될 무렵에는 꼭 아침 산책을 나섰다.
제법 활동량이 많아졌고 스스로 하고픈 게 많은 녀석의 생체 리듬을 고려해
물려받은 자전거를 끌고 아파트 뒤쪽 작은 산책로를 걸었다.
활짝 피었던 넝쿨 장미들은 어느새 뜨거운 볕에 타 들어가 시들고
계란 모양처럼 생긴 꽃 개망초와 토끼풀이 무성한 풀밭에 나비 한 두 마리가
날아다니곤 했던.
아이는 급히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나비를 쫓아가기 시작하고
풀밭에 성큼 들어가 나비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따라간다.
내가 살금살금- 이라고 하면 아주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다가가다
나비가 날개짓 하면 다시 빠르게 뛰고
그렇게 삼십여분을 뛰어다녔을까.
그러고는 안녀-엉 하고 보내주기도 하고...
이날 산책으로 나비와 친해진 녀석은
다른 곳에서 나비를 만나면 한껏 과감해져 있다.
아는 친구를 또 만나 반갑다는 듯 안녀-엉! 인사를 건네고
친한 척을 하기도 하고 들뜬 표정.
자연친화적인 놀이 프로그램이 인기라고들 하는데
나와 아이에겐 산책길 만큼 좋은 시간이 따로 없다.
예쁜 원피스, 하이힐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멋진 그림은 아니지만
아이와 함께 흙내음 풀내음 맡으며 힐링하는 시간,
이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도 없지 않을까.
2013. 산책길 담장 너머 장미넝쿨 우거진 6월의 어느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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