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봄여름가을겨울
봄에 이사해서 새 둥지에 터를 잡고, 여름에 아이 어린이집을 보내고 적응시키고
가을부터 조금씩 온전한 자유 시간을 가지며 꽁꽁 닫아두기만 했던
나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 것
- 영어 스터디
새로 시작한 것
- 가을 : 플라워아트, 동네 친구 만들기, 동시 에세이 등 장르 막론 글쓰기
- 겨울 : 일러스트, 영어 인강 수강 시작
계획하고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늘 시작은 좋았다. 늘. 항상.
문젠 내가 약속한 그대로의 온전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라곤 평일 10AM-4PM, 단 6시간 뿐이므로
이 제한된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내는 것이 온전함을 유지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렇게 플랜을 잡고, 정서적 사치 부리기에 집중하며 가을을 보내고, 막상 겨울이 닥치니 조급하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도 없고 한 해의 마지막이라는 추상적인 생각이 마음의 빈틈을 메우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크기도 알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블랙홀로 자리잡아 매우 괴로운 날들이 또 이어진다. 깃털보다도 더 가볍고 바람 한 점에도 훅 흔들려 사라지고 마는 참 유약한 나라는 존재...
워딩을 바꿔보자.
봄. 이불먼지를 마음껏 털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레몬빛으로 베란다 페인트칠도 했다. 베란다 한 켠엔 초록이들을 들였다. 봄부터 여름까지 자스민꽃이 눈부셨다.
여름. 두 돌을 맞은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 했고 8월부턴 낮잠도 잘 잤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안에서의 행복과 즐거움을 다시 보았다. 할머니가 남겨주신 귀한 선물이다.
가을. 다채로운 꽃들과 한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마음이 통하는 동네 친구가 생겼다. 이삼일에 한 번꼴로 글도 꼬박꼬박 썼다.
겨울. 동네 친구의 권유로 그림을 배우고, 영어 인강을 시작했다. 눈이 왔고 아이와 설국에서 뛰어놀았다.
자정이 넘어가면 해는 바뀌고 지금 이 순간도 어제로 바뀌어 있을 테지만, 2013년의 끝은 마침표가 아니라 진행형임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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