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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력서, 안녕한가요?

greensian 2014. 1. 10. 23:57


신경숙 [모르는 여인들]을 다 읽고 책을 덮을까 하다
책에 대한 평론이 실려져 있어 잠시 멈추었는데
어느 글귀에 순간 시선이 꽂혔다.

(평론가도 다른 저자의 글을 인용하여 첫 문단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력서.
신발 이(履), 다닐 력(歷), 기록 서(書)
"신발을 끌고 다닌 역사의 기록" (이윤기, [그리스로마신화] 40p)

이력을 적어 내려간 문서, 입사를 위해 나를 증명하기 위한 서류쯤으로
단순하게 알고 있었는데 참 귀한 뜻이다.
한 때 회사에 소속되어 살았던 나날에
혹은 새로운 회사 입사를 희망하며 고군분투했던 그 때
얼마나 나를 증명하고 설명하고 상대를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던 것일까
직장에서의 나, 사회에서의 내가 얼마나 무장하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은 잠시 무장해제 된 삶에 있는데 어떤 기록을 남기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의 내 신발은 어느 곳을 향하게 될까 등등
잠시동안 생각하고 또 분별해보게 된다.

막상 어딘가에 소속되고 나면 이력서의 존재조차 잊을만큼
업무든 일상이든 깊게 빠져들어 숨가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했고
숲을 보려고 찾아갔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 지나가기도 힘들고 버겁다며
툴툴거리기도 했다. 간간이 찾아오는 기쁨과 만족감도 언제 그랬는지
또 잊어버리고...

당신의 이력서는 안녕한가요?!


새해 1월에 이 글귀를 마주하고 괜시리 맘이 설레고 떨렸다.
글로 이렇게 남기기까지 열흘 정도가 지나버렸는데,
생각한 것은 생각한 그 때 바로바로 글로 남기기ㅡ 오늘도 또 하나의 약속.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지 않기ㅡ 또 하나 추가됐다.

 

20140110

자, 오늘도 나는 즐거움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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