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 log

4년만의 첫 드라이빙

greensian 2014. 1. 14. 23:54

어제부로 우리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하얀색 꼬꼬마 붕붕카.

차 없이 산지 10개월동안은 산책하며 거닐기 좋은 봄여름가을을 보내고, 유난히 한파가 심한 겨울을 맞으면서 아이 얼집 등하원시 부쩍 힘이 들어 투덜투덜 모드가 되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차를 살 계획은 해 넘어가기 전 부터 미리 세워두었는데 어쩌다보니 해를 넘기고, 지난 주 매장에 들렀던 남편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도장을 찍고 왔고 더욱 놀란건 주말 사이 출고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 새 붕붕카는 세 식구 스윗홈으로의 입성을 안전하게 도왔다.

 

오늘 아침.

나는 자는 남편을 깨워 아이 얼집에, 내 일러스트 수업에 데려다달라고 부탁해 오기사님의 친절 서비스를 받으며 아트센터 가는 미시로 급변신했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지만, 이미 코감기도 걸렸고 걷기엔 너무 추운 강추위. 실은 내가 운전대를 잡아도 되는데 4년만에 첫 드라이빙을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게 두려웠기에.

 

오후. 일러스트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으슬으슬 감기 기운이 더 심해졌다. 아침에 수업을 안 가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나약해지기 싫었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깨어있으려면 나의 웰빙 문제로 쉽사리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수면을 취한 시간도 5시간 미만이었던 데다가 전 같으면 지레 포기했을터인데 아침엔 무슨 기운이 돌았는지 그래도 버틸만 하여 움직일 수 있었다. 집 도착 직전에 차가 잘 주차되어 있는지 슬쩍 봤는데 보이지 않길래 남편이 출근길 가져갔나보다 했는데 지하로 옮겨놨단다. 그리고 그는 웃었다. 차의 안부를 묻는건 첨이라며.

 

집에 돌아오니 12시 반. 휴식이 답이겠다 싶어 옷을 껴입고 잠을 청하고 누웠다. 그러다 눈을 깨고 전화기를 보니 4시 반!!!!! 한번도 뒤척이거나 깨지 않았고 내리 4시간을 잠만 잔 것이다. 수업 시간 내 미처 마치지 못한 그림이며, 영어 스터디 분량이며, 글쓰기, 버디와의 통화 등등 해야할 목록들은 그대로 차곡차곡 쌓여 밀려있고 더 중요한 건 아이 하원 시간을 30분이나 넘긴 것이다. 다급하게 담임샘께 상황을 전달하고 무작정 차 키를 챙기고 면허증과 아이의 카시트를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평소같으면 자동적으로 떠올랐을 생각들 - 4년만에 잡는 운전대, 잘 할 수 있을까/ 주차는 어쩌지/애가 카시트에 안 앉으면 어쩌나/별 일 없으려나 ... - 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지금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며 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 "부르르르릉...." 붕붕카의 명쾌한 응답을 듣고 조금 뒤 출발. 먼 거리는 아니지만 아파트 단지 내 장이 섰기때문에 긴장은 좀 됐다. 다행히 차가 많지 않았고 아이 얼집이 있는 단지 내 주차장이 텅텅!!비어있던 관계로 부담이 없어 주차도 마쳤다. 왼쪽 주차선에 바퀴가 좀 닿았을 뿐...

 

다급히 어린이집으로 뛰어가 초인종을 누르니 늘 다정다감 에너지가 넘치는 담임샘이 맞아주신다. 예고도 없이 한 시간 뒤에 나타나 양해를 구하느라 정신없는 나와는 반대로 여유롭게 괜찮다며 오늘 있었던 미소반 친구들의 에피소드를 쫙 펼쳐내신다. 그 사이 소변훈련 이제 완벽하다, 아이가 말이 늘어 대화가 통하고 청산유수다, 칭찬 많이 하고 일상에서도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많이 하라고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다. 그러고 나니 맘이 좀 놓인다. 

 

아이랑 주차장으로 걷는 길, "아빠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이는 아빠만 차를 운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엄마가 운전해서 왔고, 엄마가 운전하는 차 타고 집에 갈거라고 상세히 이야기해주고 카시트에 앉으라하니 예상대로 싫으시단다. 카시트 옆자리에 앉겠다 해서 그러마 하고 앉게 하고 벨트를 매주었다. 다시 집으로 출발! 주차장에 도착해 후면주차 걱정을 조금 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왔다 갔다 해보니 어느 순간 주차선에 안착. ^^ 한쪽이 조금 붙긴 했다. 어쨌든 성공!!

 

"엄마 잘했어!" 짝짝짝짝....

아들에게 운전 잘했다고 박수받는 엄마가 됐다. ㅋ

저녁먹고 놀던 아이가 내게 와 목을 끌어안더니 하는 말,

"엄마 고마워요, 하윤이 차(로)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내일도 얼집 갈 때 차 타고 가자!"

 

4년만의 첫 드라이빙. 미션 클리어!!

 

20140115.

어느덧 자신감이 쑥! 커졌다.

얼른 감기부터 떨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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