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계하여 그림책 애호가들에게 슬픔을 안겨 준 영원한 다섯살 어른이자 그림책의 대부 존 버닝햄을 기리며..
존 버닝햄은 첫 그림책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1963)을 수상, 그림책 작가로 첫 발을 내밀며 인정받게 된다. 후기 작품들에 비해 빨강 초록 검정 등 원색의 느낌이 강렬하고 선도 굵직굵직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저는 작가의 펜화 위에 채색한 그림책들을 더 많이 봤기 때문인지 첫 작품의 그림들이 더 특별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여섯마리의 기러기 중 제일 작고 마르고 깃털 없이 태어난 보르카. 깃털을 짜 주라는 의사 샘 말대로 엄마는 털옷을 짜서 입혀주지만 보르카는 무리에서 놀림감이 된다. 털옷이 젖기에 수영도 할 수가 없다. 날씨가 추워지자 다른 기러기들은 모두 따뜻한 나라로 떠나고 보르카만 남게 되지만 보르카가 빠졌다는 건 그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 보르카는 우연히 배 한 척에 몸을 싣게 싣는다. 배에 있던 개는 보르카에게 잘 곳을 내어주고, 선장 또한 보르카를 내쫓지도 털옷에 대해 놀리지도 않는다. 선장은 보르카를 데리고 1년 내내 함께 여행을 하다 늘 따뜻한 곳, 런던 큐 가든(왕립 식물원)에 내려주고 보고 싶을 때마다 들르기로 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거나 무시받는 존재들에게 따뜻하고 나지막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듯한 그림책 같아 마음이 간다. 어떤 평에는, 소수자 혹은 장애우를 의미했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입견을 갖는 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있으니까.
어린 시절 존도 다른 아이들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 라는굳어있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엔 대안학교 서머힐에 정착했다. 하루종일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려도, 자연 속에서 뛰어다녀도 그 누구도 잔소리하지 않는 학교. 거기서 다행히 아이들을 믿어 주는 닐 선생님을 만나 존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맘껏 발휘된다. (닐 선생님은 훗날 작가의 그림책 검피아저씨로 등장한다) 자유로이 뛰어놀고 충분히 상상하며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 살아가며 그만이 체득한 경험들이 창작력으로 발현될 수 있었기에 그의 작품은 오래도록 많은 독자에게 큰 위로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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