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퐁퐁퐁]
김성은 글 ㅣ 조미자 그림
천개의 바람(2019)
#딩동, 웃음 메신저 도착했습니다~
기해년 황금돼지 새해가 시작되는 설에 선물같이 신간이 도착했다. 김성은(글) 조미자(그림) 작가 조합의 [마음이 퐁퐁퐁]에 이은 두 번째 그림책 [웃음이 퐁퐁퐁]. 아기 돼지 퐁퐁이와 아기 두더지 동동이의 어울림이 예뻤던 첫 그림책 표지에 이어 이번 그림책도 둘의 콤비가 조화롭다. 표지 면을 가득 채운 함박웃음 지은 퐁퐁이의 표정 덕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책 제목을 나직하게 읊조리니 명절 증후군 따위 가볍게 이겨내라고 말을 건네는 걸까. 설 명절에 만난 퐁퐁이는 우리 가족에게 그렇게 웃음 메신저로 다가왔다.
지역 도서관에서 마련된 작가만남 자리에 참여한 적이 있는 큰 아이는 그림책을 보자마자 조미자 작가의 그림이라며 반가워하며 엄마보다 더 들떠서 책을 펼쳤다. 자유분방하게 그려낸 자연스러운 스케치 선, 그 위에 입힌 맑고 투명한 수채화 그림을 보다 보니 마음도 몸도 산뜻 가벼워지고 생기가 돈다.
# [마음이 퐁퐁퐁] 그리고 [웃음이 퐁퐁퐁]
이전 그림책에서도 일상에 만나는 모든 풍경과 대상들에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던 퐁퐁이, 이번엔 보라색 가방을 메고 어디로 가는 건지 자못 궁금해졌다. 아기 두더지 동동이랑 꽃밭 산책을 하던 중에 휘익~ 불어오는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자 퐁퐁이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진다.
“아이, 기분 나빠!”
[마음이 퐁퐁퐁]그림책에선 “아이, 예뻐!”라며 햇살에 반짝이는 꽃송이에게 마음을 주던 퐁퐁이였다. 꽃향기에 마음을 빼앗긴 건 동동이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웃음이 퐁퐁퐁]책에서도 모자를 잃어버려 속상한 퐁퐁이 옆자리를 지키는 건 역시 단짝 동동이다. 퐁퐁이보다 키도 몸집도 훨씬 작은 동동이는 퐁퐁이 기분을 달래려 적극 나선다. 이럴 땐 깔깔 바다에 가야한다는 단짝의 등살에 떠밀려 퐁퐁이는 바다로 떠난다.
갈매기며 조개며 달랑게도 웃고, 모래 속에서 나온 아기 거북이들 또한 두려움은 1도 없어 보인다. 본능에 이끌리듯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줄을 지어 푸른 바다로 거침없이 아장거리며 나아간다. 모래사장에 쪼그리고 앉아 그 모습을 골똘히 신기하게 관찰하던 퐁퐁이와 동동이도 함께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화려한 산호초와 해초가 너울대는 바다 속은 마음을 빼앗겼던 반짝거리는 꽃밭만큼이나 아름답다. 불가사리와 갓 태어난 아기 해마도 웃고 춤추며 헤엄을 치고, 어느새 웃으며 나타난 오징어와 문어도 먹물을 쏘아대며 화답하느라 갑자기 바다 속은 시커먼 먹물소동이 벌어진다. 파도가 잠잠해진 틈에 바위섬에 올라앉아 한 숨 돌리던 퐁퐁이와 동동이 커플. 바다는 그저 평온하고 고요한데 작가는 바닷물 위에 맞닿은 햇살의 금빛 반짝거림마저 바다를 웃게 하는 간질거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요 속 바다의 정적을 깬 건 과연 누구?! 웃음 방울이 바다 위로 통통 튀어 올라 형형색색의 빛깔로 번지는 순간 깔깔 바다의 웃음 파티는 끝없이 이어지는데...
# 깔깔바다의 생생한 현장감을 전하는 글과 그림의 조합
명료한 이야기 라인을 리듬감있게 풍성하게 살려주는 건 역시나 그림의 힘에 있다. 거침없이 자유롭게 이어지는 드로잉은 너울거리는 파도와 흥이 넘치는 바다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캐릭터의 힘을 유려하게 담아낸다. 맑고 투명하게 채색된 푸른 바다는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이 리드미컬하게 변주되는 동적인 공간이다. 바다 친구들이 등장하면서 알록달록 곱고 예쁜 색감이 더해져 자유분방한 감정 표현과 함께 감성도 한껏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작가는 퐁퐁이와 동동이를 포함한 모든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을 실감나고 섬세하게 잡아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넘실거리는 바다 속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기엔 등장 캐릭터의 웃음소리를 묘사하는 우리말 의성어의 다양성도 한 몫 한다. 낄룩낄룩, 헤헤헤헤, 낄낄, 깔깔깔, 캬캬캬, 오홍홍, 푸하앙 등 생동감이 넘치는 각 캐릭터들의 웃음 코드는 [웃음이 퐁퐁퐁]을 이끌어가는 글 속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그 어떤 언어로도 대체하지 못할 다채로운 우리 고유의 소리흉내말은 이제 막 말놀이를 시작한 영유아와 함께 읽으면 감정도 풍부해지고 웃음소리로 재충전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바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노는 사이, 이야기와 그림이 절정에 달하는 지점에 이르면 퐁퐁이가 처음에 왜 그토록 기분이 나빴던 건지도 새까맣게 잊게 된다. 작가가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전하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런 마법과도 같은 웃음의 힘 아니었을까.
# 웃음이 퐁퐁퐁, 신남도 퐁퐁퐁!!
“야호, 기분 좋아!”
“거봐, 깔깔바다에 오길 잘했지?”
웃음이 퐁퐁퐁 솟아나면,
신나는 일도 퐁퐁퐁 생겨요.
_ [웃음이 퐁퐁퐁] 중에서
이 모든 시작은 지치고 힘들 때 마음을 읽어주는 친구 동동이가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퐁퐁이 역시 얼떨결에 깔깔 바다에 오긴 했지만 친구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새롭게 만난 친구들의 웃음에 이끌려 자연스레 동화되었으니까.
서로의 마음을 내어주고 상대의 마음을 받아주고 하는 과정은 전작 [마음이 퐁퐁퐁]에서 가슴깊이 전달된 메시지다.
"마음은 샘물같아서 얼마든지 퐁퐁퐁 솟아날 수 있단다."
마음을 다 내어주어서 마음이 없어져버려 속이 상한 아기 돼지 퐁퐁이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지치고 힘들 때 나를 토닥여주는 위로의 말과도 같아서 사진을 찍어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글귀였다. 이번 [웃음이 퐁퐁퐁] 그림책도 내게 "웃음이 퐁퐁퐁, 신남도 퐁퐁퐁" 이라는 깔끔한 라인을 선사하며 초긍정 마인드를 새겨준다.
책을 함께 본 다섯 살 둘째는 그림 속 파랑 물감이 제일 좋다며 물감놀이를 하자 졸라대고, 아홉 살 첫째는 퐁퐁이의 기분이 풀려서, 바다가 선물을 되돌려주어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어떤 게 제일 좋았냐고 묻는다. 알록달록 여러가지 색깔의 웃음방울들이 튀어오르던 장면에 마음이 갔노라고. 마음속에 시커먼 먹구름이 내려앉아 지치고 힘들 때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애교 한 방 만한 처방전이 없다. 옆에 있기만 해도 쉬이 전염되는 웃음은 바로 그런 특효약이다. 까르르 와글와글 웃다보면 먹구름도 안녕 하고 곧 지나가고 마니까. 다시 함박 웃음을 되찾은 퐁퐁이처럼.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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