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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남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_ 내일보다는 오늘, 바로 지금!

greensian 2013. 9. 5. 14:45

 

 

인생에 대한 중간 결산

우리 삶에도 대차대조표가 필요해!

 

"삶을 결산하는 건 왜 죽는 순간에 이르러야만 하게 되는 걸까?

왜 우리는 임종 순간까지 인생의 결산을 미뤄야만 하지?"

 

TC 는 사람들이 삶의 끝에서야 인생의 결산을 한다는 암환자 전문의 말을 듣고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그려본다. 10년 동안 매해, 같은 회계년도 중에도 수시로 했던 일이 결산이었다. 결산이란게 회사를 청산할 때만 하는 걸로 알았다. 자기 인생에 대입해 볼 생각은 털끝만큼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어렸을 적 품은 개미연구에 대한 꿈은 영원히 잃어버린 채 기계처럼 일만 해 온 자신을 보았고, 생의 마지막 순간 죽음 직전까지 그는 손실과 지불유예, 완전 도산으로 생을 결산하게 되리라 깨닫는다. 지금까지의 삶은, 자신의 소중한 꿈을 이룰 날이 "언젠가는 때가 오겠지"라고 미루고 미루며 시간을 판 대가였던 것.

 

시간을 파는 남자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시간을 사는 사람들은 지금의 행복과 여유를 찾는다

 

TC는 자유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첫 상품 - 5분의 시간이 담긴 플라스크 소변용기 - 이 대 히트를 치고, 뒤이어 2시간의 상자, 1주일짜리 큐브까지 대박열풍을 이어 간다. TC는 많은 돈을 벌어들였고 자신의 유일한 꿈인 개미왕국을 건설할 계획도 함께 진행해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시간을 사고 소비하며 시간의 주인으로 자유를 얻는다. 본래 자신의 소유였던 시간을 돌볼 틈도 없이 미친 듯 바쁘게 일하고 빚갚고 또 일하고 빚갚는 삶에 대한 일종의 반감일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렸던 것이니 돈을 주고서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 맘껏 쓰겠다는 시간에 대한 주인의식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의 우려가 커져갔다. 감소되는 기업이익과 저하되는 국민생산성을 걱정한 기업과 정부의 고육지책이 마련된 결과, 포장 용기에 든 시간에 대해 2주의 유통기한을 두는 법령을 공포한다. 새 규정앞에 TC의 자유주식회사는 파산 직전에 이른다. TC는 소비되지 않고 저장된 어마어마한 용량의 시간들을 앞에 두고 좌절하던 중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유통기한만 있을 뿐 용량에는 제한이 없는 점에 착안, 35년짜리 플라스틱 컨테이너라는 완전 통큰 상품을 개발한다. 결과는? 사람들은 아파트 집을 담보로 35년짜리 컨테이너를 사들이기 시작한다.  

 

노동력 제로. 부동산 시장 붕괴. 무너진 경제체제.

채무불능 블랙홀에 빠져버린 정부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35년의 시간을 사고는, 다시는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시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자유주식회사는 수많은 아파트를 담보로 갖고 있었으나 이는 팔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미리 구매한 35년은 저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인 것이지 더 이상 일을 하고 빚을 갚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부는 국가 경제 체제에 크나큰 혼란을 몰고 온 TC를 국가 반역죄로 체포한다. TC는 사형 집행의 위기에 이르고, 죽기 1초 직전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현재가치 vs 미래가치 

무엇이 중요한걸까?

 

누구든 언젠가는 죽음에 이른다. 누군가 말했다. 우리의 지금 삶은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과는 과정, 그 중간 즈음 어딘가에 있는 것이라고. 죽음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면 너무 무정할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나도 그 누구도 직면해야 할 마침표인건 맞는 것 같다. 너무도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지만 하늘로 떠나는 가족과 타인의 죽음을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지켜 보며 나도 언젠가의 그 때를 연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요즘들어 많이 생각해본다. 내 스스로가  아직 임종 직전의 순간을 직면하지 않았을 뿐.

 

개미와 베짱이 그 케케묵은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요즘말로 그 베짱이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개미 앞에서 스타가 되어 대박쳤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미래를 위한 현재의 무조건적인 희생만이 답은 아닌 듯 하다. 물론 젊었을 적 소시적의 고생이 어느 날에는 달달한 추억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타임슬립해서 정말 원하고 원했던 미래가 그 곳에 딱 기다리고 있을까. 그 곳 가까이 이르면 또 다른 욕심과 욕망이 그 이상의 미래가, 또 그 너머에 또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닿지 않은 미래를 향해 지금의 소중한 것들을 희생하기에 우리네 삶은 그리 길지 않으니까. 또 시간도 우리를 그렇게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미루고 미루고 언젠가를 위해 미루고.

시간을 파는 사이 지금의 소중한 시간도 흐른다.

그 언젠가...라는 건 그저 보이지 않는 환상일 뿐

지금.이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없다. nothing.

 

 

p.s 체크해 둔 책갈피가 조금 많고 길다.

경제공부하는 기분도 좀 들고, 곱씹어보고 싶은 내용이 좀 많았는데 이 정도로 추려봤다. 내 책이었으면 밑줄 플러스 각종 메모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을 것 같은데 빌려온 책이라 깨끗하게 보고 대신 이곳에 메모를 해 두기로.


 my bookmark

 

"서두르세요. T(Time)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이 용기 속에는 소비자가 사용하고 누릴 수 있는 5분의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플라스크를 열기만 하면 5분은 소비자의 것입니다. 즐거운 시간을 누리세요!" (p.79)

 

 '어떤 나라'의 국민들은 스스로 제 T의 주인이 되는 행복감을 누렸고, 사무실이나 작업장, 공장 등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언제라도 5분을 소비할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책상 앞에 앉아 잠시 조는 데 5분을 썼고, 다른 이들은 상사가 갑자기 나타날까 걱정하지 않으며 컴퓨터 작업의 지루함을 더는 데 5분을 썼다. 연인이나 배우자가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서로의 시계를 맞추고 같은 시간에 5분을 썼다. 길 한가운데서 만나 용기를 연 다음 5분 동안 열렬히 키스를 했다. 예전 같으면 어떤 커플도 주중에는 T가 부족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p.110)

  

사람들은 35년의 시간을 사기 위해 아파트며 온갖 종류의 부동산 문서를 자유주식회사에 바쳤다. 막상 누릴 수 있는 순간이 되었을 때 인생의 T가 남아 있지 않다면, 35년동안 $를 절약했더라도 뭘 하는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가진 걸 모두 자유주식회사에 주어야 했다.

자유주식회사는 T를 출고하기 시작했다. 저장고에서 나온 정확히 35년의 T가 플라스틱 컨테이너에 채워졌고, 더 이상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을 고객들에게 배송되었다. 당연히 T를 구매한 사람들의 시간은 전적으로 그들 자신에게 귀속되었다.  (p.148)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저에게 없습니다. 책임이 있다면 국민들을 노예화하는 경제체제에 있죠. 만일 18평짜리 아파트에 대한 융자금을 갚는 데 35년이라는 시간을 묶어두도록 강요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저는 다락방이 없어서 셋째를 낳을 수 없었죠. 그런 사실을 아십니까? 살기 위해서 너무 많은 T와 노력이 요구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제가 한 일이 있다면 국민들이 자신의 T를 가질 수 있도록 그것을 제공한 것 뿐입니다."  (.p172)

 

"잘 보십시오. 두 대차대조표가 이제 뒤바뀌었습니다. 정부에서 자유주식회사에 개입해 회사가 국가에 부동산과  $의 소유주입니다. 체제가 이 모두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죠. 그러나 체제는 국민 각자에게 35년을 빚지고 있습니다. 한편 국민들은 이미 구매한 T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누구에게도 어떤 빚도 지고 있지 않습니다. 보십시오." (p.173)

 

시간이 돈이다.

국민들이 처한 새로운 상황을 분석만 하면 된다.

즉 이제 대차대조표가 뒤바뀌었으니 격언도 뒤바꾸면 된다.

달리 말하면 $는 T다.

 

경제가 돌아가려면 화폐가 필요한데 국민들의 자산은 T밖에 없다. 그 결과,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T대신 $를 국민들에게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진짜 T를 경제적T로 바꾸는 것이다. TC가 대통령에게 한 답변과 같았다.

 

"새로운 화폐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가 유통시켜야 할 분(minute)단위 화폐입니다. 이 화폐로 국민들이 소유한 T를 사십시오. 국민 각자가 가진 T를 이 화폐로 사는 겁니다. 국민 모두에게 T를 반납하는 대가로 35년에 해당하는 화폐를 주십시오. 국민들이 분 단위 화폐를 갖게 되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겁니다. 뒤이어, 국민들이 이 새 화폐로 자기 집을 도로 살 수 있도록 하십시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조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주택을 35년에 해당하는 가격에 팔지 마세요. 그렇게 되면 국민들 수중에는 또 다시 화폐가 남지 않을테니까요. 실은 주택가격을 그렇게 비싸게 해 놓으면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을겁니다. 사람들이 집을 사는데 바쳐야 하는 T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어야만 체제에 다시 유동성이 생깁니다"

 

"그럼 은행은?"

"그 동안 은행들은 T대신 $를 빌려주었죠. 만약 새 화폐가 분 단위라면 $를 잃지 않았을 겁니다. T를 잃었겠죠.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이 T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T입니다" (p.177~178)

 

 


 

시간을 파는 남자(Time Seller)

 

 

- 저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 번역 : 권상미

- 21세기 북스 / 2006.11.22 출간

 

당신을 위한 완전한 5분의 자유를 1.99달러에 예약판매합니다!

 

'어떤 나라'에 평생 갚아야 할 주택 융자금과 아파트 밖에 가진 게 없는 '보통 남자', TC(Tipo Corrient). 그의 필생의 소원은 붉은 머리 개미의 생식체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늘어만 가는 대출금에 생계 유지조차도 빠듯한 현실 때문에 꿈을 이루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어느 날, 자기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짜본 TC는 자신이 35년간의 시간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절망과 함께 그를 찾아온 것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상품 가능성이다. 그는 5분을 담은 상품을 특허 받고,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