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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숨구멍과도 같은 책 <프랑스 아이처럼>

greensian 2013. 7. 31. 01:29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너무 반해버려 구입한 책 <프랑스 아이처럼>

이유는

1. 아이 둘을 키우는 후배가 추천했고

2. 아이, 엄마, 가족이 모두 행복한 '프랑스식 육아'라는 게 궁금해졌으며

3. "좌절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는 불행하다!"는 글귀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흔한 말 - "행복하게 해줄게,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보여줄게" - 이 판타지스러운 위선이니 "부모로서 좀 더 솔직하게, 현명하게 대처해보자" 라는 언어로 해석되어 다가왔다.   

 

 

늘 롤러코스터를 탔다. 온갖 감정이 뒤섞인 채...

아이가 두돌을 맞이하기까지 난 그랬다. 일을 새로 시작하기 전에 하윤을 가져 그 때부터 지금까지 준비 안된 채 '엄마'이자 '집사람'이 되어버린 탓에 딱 절반의 정도만 행복하고 감사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그 나머지 절반은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불평 불만을 품고 내 자아에 생채기만 내기 바빴다. 그 누구도 내게 희생과 헌신을 강요한 적 없는데도 '엄마'라는 타이틀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그 꼬리표에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임신 출산 육아라는 남들 다 하는 과정을 거치며 나만 유난을 떠는 것 같았고, 열심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과, 그 이상 어떻게 해야지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인지 자신없다고 체념하는 마음, 그리고 빨리 집 밖으로 탈출해 내 꿈을 실행하고픈 욕망이 늘 충돌했다. 나만의 삶, 내 인생은 희생과 헌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우리네 엄마의 일생과는 분명 다르다 고집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아니 가급적 빨리) 그 기회를 틈타 날개를 달지 못했던 내 삶도 날아오를 수 있으리라 온갖 판타지 소설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또 걱정이 계속되는 나날...

 

좌충우돌 초보엄마의 라이프는

분명 힘겨웠다. 그치만 깨알같은 행복과 사랑도 공존한다. 그건 아이가 주는 선물이다. 그치만 '집사람'(이란 말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굳이 표현해서) 으로서의 라이프는 그닥 말할 게 별로 없다. 아이에게 집중하는 사이 남편은 거의 보듬어주지 못했다는 표현이 딱 적절하다. 그러니 가족 안에서 온전한 행복과 사랑이 상실된 것만 같고 뭔가 더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가족이 행복한거야... 라고 정신무장을 하고 일상이라는 전쟁에 뛰어들지만 과정과 결과는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부작용이 커지고 그로 인해 우울함은 가시지가 않았다.

 

그 모든 불평과 불만의 근원에는

내 스스로 인정할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고, 내려놓아도 되는 것에 내려놓지 않음이 있었다.엄마이고 주부라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했고(솔직히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워킹맘이 아니어서..), '일을 쉬고 있음-'이라는 현재 진행형이 시류에 뒤쳐지는 것 같아 자꾸 피해의식과 자책감으로 스스로를 괴롭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나를 작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 안에 갇혀 판타지 소설을 고집하는 한 난 영원히 불행한 여자였던 것이다.

이렇게 나를 되돌아 보는 기회를 통해 내가 써 놓은 판타지 소설에서 나를 꺼낼 수 있었고, 비워내야 채울 수 있고, 채운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것이며 있는 그대로 온전함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나의 일상은 여전히 롤러코스터이다. 놀이기구를 즐기는 자세가 아.주.조.금. 달라진 것 뿐인데 마음이 한결 가볍고 자유롭다. 남아있는 과제 미완성의 숙제들은 또 닥치고 임하면 된다는...

 

각설하고....

꼬꼬꼬꼬꼬마 아기 시절을 지나 아이가 만 두돌을 넘긴 지금 뛰고 춤추고 웃고  울고 말하고 등등 표현의 가짓수가 많아지면서 나는 나의 사고방식과 행동, 가치관 등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흡수되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녀석의 행동이, 말이, 버릇이, 습관이 다 ...그러니 나는 또, 여전히, '엄마'라는 거대한 책임감의 성에 나를 몇번이고 들었다 놨다 하며 롤러코스터를 탄다.

 

<프랑스 아이처럼>은 내게 말한다.

- 그렇게 굳이 힘들어 하지 마. 왜 그러는 거야? 아니, 왜 그래야만 하는건데.

- 왜 완벽해야 하고, 희생해야 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거야? 그럼 뭐가 달라져? 행복해? 만족해? 누가?

- 아이에게 엄마가 다 해준다고? 그게 가능한가? 진정?

- 아픔없고 불행없는 세상을 아이에게 주고 싶다고? 정말? 그럴 수 있어?

- 지금 참고 견디면 내일이 행복한가? 과연? 아이도?

그것도 토닥토닥, 자상한 뉘앙스 절대 아니고 무심하고 시크하게 덤덤하게.

 

그리고 조언한다.

- 아이는 그저 '애 취급'을 당해야 하는 아이가 아니고 작고 어린 인간이라고.

-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다고.

- 작고 어린 인간에게도 자유가 있으며 자율성을 존중하라고.

- 프랑스 아이는 엄마가 아니라 온 나라가 함께 키운다고.

- 내일의 성공보다 지금의 행복을 즐기라고.

 

<프랑스 아이처럼>의 주요 메시지는,

-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와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라는 것.
- 엄마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을 강요한다고 해도, 내려져오는 관습의 틈바구니에 있어서 엄마도 무조건적으로 그것을 답습한다 하더라도 엄마는 물론이고 아이도 가족도 행복하지가 않다.

- 엄마이기 전에 여자로서 행복한 삶을 들여다보라.

- 포기하고 체념하지 않고도 그리고 엄마로서의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

 

사실 프랑스식 육아방식은 "프랑스니까- " 로 귀결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 적용하거나 비교 자체가 의미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프랑스 아이는 엄마가 아니라 온 나라가 함께 키운다는 챕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웠던 프랑스 교육 시스템 중에서, 탁아소(크레쉬)에 종사하는 보육교사 양성 교육기관 시험이 수학 인체해부학 심리학 등 전반을 다루고, 보육교사 근무기간도 평균 13년이 넘는다는 사실에 입이 쩍 벌어졌다.)

 

그치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고, 자연스레 힐링이 되었다. 그리고 인정하고 내려놓게 되었다. '엄마' '집사람' 라이프 때문에 내 전체 삶이 반쪽으로 두동강이 난게 아니라 그 모든 것이 공존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내 삶이 가볍고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겐 숨구멍과도 같았던 육아서.

 

 

저자는 파멜라 드러커맨.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제부 기자 출신으로 어느날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반 도피성으로 결혼하고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한다. 생면부지 프랑스 파리에서 살면서 거기의 부모들을 보며 미국식 육아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프랑스식 인간에 대한 이해 및 독특한 육아철학에 눈을 뜨게 되어 취재를 시작하고 책을 쓰게 되었다. 현재 세 아이의 엄마로 남편과 파리에 거주하고 있다.

 

 

p.s

20130729 초본(기존 블로그 HJ Note 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