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을 앞둔 고3시절, 다이어리 몇 장을 가득 채운 리스트가 있었다.
정작 대학가서는 그 리스트를 리뷰하지 않고 내가 직면한, 꼭 하고싶었던 것들만 닥치는 대로 행동에 옮겼다. 대충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다음과 같다.
- 동아리 활동하기 : '동아리' 류로 취급(?)하지 않을 정도의 콧대높은 자존심을 자랑하던 대학방송국에 들어가 3년을 조PD란 이름으로 살았다.
- 미팅하기 : 가히 고3스러운 부끄러운 로망이다. 선배 제안으로 3:3 미팅에 나갔다 만난 남친과 9년 열애 끝에 결혼하고 지금 그 분과 아이 하나를 두고 살고 있다.
- 어학연수 & 유럽여행 : 알바비를 모아 영국행 티켓을 끊고 연수를 떠났고, 초 4때부터의 숙원 프로젝트였던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스무살의 나이에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떠나 태권도를 가르치던 외삼촌과 가장 친한 친구의 미국 이민으로 인한 영향으로 가졌던 꿈이다
- 라디오 PD되기 : 경제학, 언론정보학을 공부하고 졸업 전부터 졸업 후 1년 동안 언론고시 도전했다 결과는 패배했다. 음악과 공연이 좋아 공연기획사 인턴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사회생활 하면서는 일에 치여,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등등의 핑계를 대고 변명을 하며 리스트 실행하는 걸 미루고 미루고 미뤘다. 그저 직장인의 유일한 낙이라고 하는 휴가 시즌에 여행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자아만족이라는 보상을 받으며 행동한 것 외엔 지금 딱히 기억 나는게 없다. 그래서 갔던 게 제주, 일본 후쿠오카, 도쿄, 오스트리아 비엔나,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는 나홀로 뉴욕여행까지.
일을 잠시 쉰 사이 출산과 육아의 길에 올인하게 되면서 실종된 나의 버킷리스트.
아니 실종되었다기 보다는 조각조각 여기저기 흩어져버린 나의 꿈들......
아이의 탄생으로 나는 좌절과 희망, 행복과 감사의 롤러코스터를 늘상 타게 되었다. 입장료는 없었다. 사랑이란 신비스러운 티켓 하나밖엔. 그 후 할머니의 죽음으로 난 가족 안에서의 행복과 화합의 가능성을 다시 보았다. 이것 역시 결국엔 사랑이다.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고 내 가족을 내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더 중요한 건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말하는 것이다. 표현에 둔감하고 인색한 나로서는 이게 참 부담스럽고 힘든 일임을 너무 잘 안다. 하지만 그 장벽은 내가 만든거라서 그 또한 내가 깨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요즘 내가 깨달아가고 있는 것, 그리고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내려놓는 것.
그 모든 배경과 관련해서 셸리 케이건 교수의 강의가 너무 절실히 공감되고 깊이 다가온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이제는 버킷리스트를 다시금 다듬어야 한다고. 그리고 행동할 때라고.
지금 이렇게 끄적이는 동안에도 나의 내적대화는 여전히 속닥속닥이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여기 나의 새 노트 첫 글에도 썼듯, nothing...이므로.
그 모든 것을 제쳐두고 가장 우위는 L.O.V.E. 잊지말자.
어제의 나, 오늘의 나를 되돌아보며
더 품지 못한 것에 미안하다 말하며...
This is it! + It's perfect.
From nothing, who I am right now is the possibility of ......
20130729. 더 품고 보듬어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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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sense magazine]
예일대 최고 명강의 셸리 케이건 교수, 죽음을 말하다
"당신에게 남은 삶이 3년뿐이라면.."
'죽음(DEATH)'을 주제로 예일대에서 17년 동안 강의를 하는 셸리 케이건 교수가 늘 청중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의 강의는 하버드대 마이크 샐던 교수의 '정의(JUSTICE)란 무엇인가?', 탈 벤-샤하르의 '행복(HAPPINESS)'과 함께 '아이비리그(Ivy League) 3대 명강의'로 꼽힌다. 그의 강의가 이토록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의 강의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과 삶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은 것은 비단 예일대 학생뿐만이 아니다. 그의 강의 내용을 담은 책 < 죽음이란 무엇인가 > 는 국내에서도 15만 부 가까이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7일 한국을 찾아 서울대학교에서 공개 강연회를 열었다.
"제 몸이 아주 게을러서 좀 앉겠습니다"
그의 말에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수염을 다듬지도 않았고 체크무늬 셔츠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강의할 때 항상 교탁 위에 올라앉아 책상다리를 하고 강의한다고 해서 '책상 교수'라고도 부르는 그는 이날도 어김없이 책상 위에 앉아 강연을 시작했다.
왜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만 하나?
"사람들은 죽음에 관한 생각을 애써 외면하려고 합니다. 죽음은 너무나 두렵고 불편하고 우울한 주제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간은 어차피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만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를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 진정한 가치를 찾은 뒤에 그것을 목표로 삶을 다듬어나가는 것이 의미 있는 인생입니다. 결국 제가 학생들이나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도 그들의 인생이 앞으로 어떠해야 할지 생각하게끔 하려는 것입니다."
그는 죽음 이후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종교에서 말하듯 죽음 이후 사후 세계나 육체와 분리된 영혼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인간의 삶은 죽으면 끝이라는 얘기다. 짧게 살다 떠나는 생을 위해 무엇을 해야 인생이 의미 있는 것이 될까,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일까? 주어진 시간에 어떻게 살아야 보람된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여행을 하겠다고 하고, 어떤 이는 가족 또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케이건 교수는 이에 대한 힌트를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몇 해 전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학생이 제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 학생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이미 1학년 때 암 선고를 받은 상태였고 담당 의사는 회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고 기껏해야 몇 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해주었답니다. 그때 그 학생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하더군요.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러고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학교를 졸업하는 일이라고 결정을 내렸어요. 죽기 전에 학교를 졸업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것입니다. 그렇게 그 학생은 졸업반 2학기에 죽음에 관한 제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 처한 학생이 제 수업에 참석해 영혼과 죽음 이후의 삶이 있는지, 우리 모두 죽을 거라는 사실이 과연 나쁜 것인지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저를 숙연케 했어요. 그런데 학기 중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고, 의사는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당부했어요. 그렇게 그 학생은 집으로 돌아갔고, 이후 병세는 급속도로 악화됐습니다. 저를 포함해 당시 그 학생이 수강한 강의를 담당하던 교수들이 모여 행정상의 절차를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학점을 어떻게 줘야 할까? 당연히 그 점수에 따라 졸업 여부가 결정될 터였습니다. 다행히 그때까지 그 학생의 성적은 좋았고 결국 예일대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하고 교무책임자를 그의 고향으로 내려 보냈지요. 학생은 학위를 받고 무척이나 기뻐했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 아닌가요? 시한부 선고를 받고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선택할까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습니까? 이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게 된다면, 정말로 원하는 일에 집중하며 삶을 더욱 가치 있게 살 수 있을 거예요. 죽음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닌 거죠. 반대로 영원한 삶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무한한 것에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죠.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어요."
셸리 케이건 교수는 인간을 영혼 없는 경이로운 기계(machine)라고 말한다. "인간은 시를 쓰고 사랑도 하고 철학도 합니다. 사람의 몸은 그야말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경이로운 기계이지요. 하지만 우리 몸이 죽으면 결국 아무 경험도, 생각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에 몸의 죽음은 곧 내 존재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무한한 것에는 소중함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 삶이 가치 있고 소중한 이유는 바로 이 죽음이 가지는 유한성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직면하고 살기 때문에 어디 하나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면서 더욱 행복을 누릴 것인지를 늘 고민하라는 그의 애정 어린 충고다.
그는 암, 사고 등을 겪으며 죽음이란 절체절명의 순간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종종 한다고 말한다. '이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요. 일찍 퇴근해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겁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돈 벌 궁리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한다고 꼭 말할 거예요.'
자신이 죽을 것이란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 인생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비로소 생존경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신에게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단다. "그런데 사람들은 경쟁에서 이기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일에는 별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신이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죠. 즉,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지요."
어떤 삶이 의미있고 행복한 삶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적어보라고 권한다. 어떤 사람은 그게 여름날의 시원한 아이스크림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볼 수 있는 최신형 TV를 적기도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돈, 좋은 직장 같은 것을 꼽기도 한다.
"좋은 직장을 얻으려면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교육은 좋은 직장을 얻는 수단으로서 좋습니다. 좋은 직장은 왜 좋을까요?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좋은 거겠죠. 그러면 돈은 왜 좋은 건가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게 하기 때문 아닐까요? 아이스크림은 당신한테 무엇을 주죠? 바로 기쁨(pleasure)이죠."
그는 교육과 좋은 직장, 돈, 아이스크림 같은 것은 결국 기쁨을 누리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내가 정말 얻고 싶은 것은 좋은 직장이나 돈과 같은 것이 아니라 단지 기쁨일 뿐이라는 얘기다. 좋은 직장이나 돈은 기쁨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삶의 목표는 될 수 없다. 그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더 들었다. "경험 기계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기계 안에 들어가면,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실제 그 일을 겪었을 때와 정확히 똑같은 느낌과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해주죠. 원한다면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올라서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계가 있다면 당신은 아주 좋은 것만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혹자들이 말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삶'을 살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간접 경험을 했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요? 뭔가 빠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모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이 완벽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케이건 교수의 질문이다. 좋은 것만 경험한다고 해서 결코 행복한 인생이 아니라는 것. 많은 돈과 좋은 직장을 가지고, 고급 옷을 입고 비싼 차를 탄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완벽한 삶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럼 이제 또 물을 수 있죠. 무엇이 빠져 있는 것일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이 생각하는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요? 내게는 아이 세 명을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들로 잘 키우는 것이 그 해답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강의 말미에 한 청중이 물었다. 그렇다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이 될 수 있느냐고.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잘 돌보는 겁니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풍부하고 값진 경험으로 내 삶의 그릇을 많이 채우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혼자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일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이 세상이 힘들고 슬픈 곳일 겁니다. 그래서 살아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힘든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케이건 교수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그래서 잘살아야 합니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습니다. 부디 삶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사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나아가 두려움과 환상에서 벗어나 죽음과 직접 대면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또다시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취재_정희순 기자 | 사진_안호성 | 참고자료_ < 죽음이란 무엇인가 > (엘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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