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열매,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잡스 & 스티브 워즈니악]
수요일, 아바타 이후 근 3년만에!!! 남편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참 크나큰 충격일 수 있겠으나
뭐 내가 극장에서 조금 멀어졌을 뿐 영화와 거리를 두었던 건 아니니
더는 부연설명도 의미부여도 안하는 걸로-
내가 선택해 우리가 본 영화는 잡스.
프로그래머 개발자 출신의 그에겐 첨부터 so so한 선택이었을테고,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사후 계속 언급되던 영화가 이제사 개봉된 것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모처럼 여유부리며 단둘이 노닥거리며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타이밍이 맞았을 뿐. 서두를 이유도 없었기에 시작 10분전에 티켓을 끊고 모처럼 (잘 먹지 않는) 달콤한 팝콘과 콜라까지 살 여유마저 그저 낯설고 신기했다. 평일 낮인지라 텅텅 빈 극장에는 잡스를 찾아 온 서너명의 관객만이 자리했다.
오랜만에 본 영화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남기자면..
1. 사실 영화에 대한 감상보다는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감흥이 더 컸다.
2. 잡스는 첫 직장 아타리에서 프로젝트-벽돌깨기 게임-를 성공시킨 댓가로
5000달러를 받는다. 천부적인 엔지니어 워즈니악의 도움 없이는 결코 불가능했던 일.
그러나 워즈니악은 700달러로 알고 그중 그의 몫은 반띵. 헉...
실제로 워즈니악이 없었다면 애플이 싹도 틔우지 못했을터인데!
나중에서야 이 사실을 알고 워즈도 큰 배신감에 잡스와 계속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었다고. 초창기 잡스는 가진 것에 비해, 실제 능력에 비해 배짱과 고집, 자신감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의 곁에 워즈가 없었더라면 지금 그의 프로젝트로 대변되는 그 모든 결과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잡스와 워즈니악은 천재적인 사업가 그리고 천재적인 개발자로서의 최상의 시너지를 구현하는 최고의 만남일 것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워즈니악에 대한 재조명도 필요하리라.
잡스를 다룬 수많은 책들과 비교하면 워즈는 잡스의 전 일대기 중 어느 일부에 불과하고, 그나마 한권의 자서전이 존재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라는 안도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워즈는 분명 잡스와 성격도 행보도 달랐다. 관심사 또한 IT기술이나 사업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자선에도 꽤 많은 관심을 가져오고 있다고.
3. 잡스는 애플을 성장시킨 창업 초기 공신들에게 단 한푼의 주식도 주지 않았다. 괴팍하고 냉정하고 독설적이고 극히 이기적인 동료 또는 그러한 상사. 극히 열정적이고 치열하고 앞만 내다보는 동료 또는 그러한 상사... 그와 한 배를 타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서는 참 힘들었을 것 같다. 잡스를 말하고자 한다면 영화 2시간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할 터. 내셔널지오그래피 다큐처럼, 진득하니 아주 깊게 파고들면서 그의 지인 아니 애플 창시에 있어 혼을 담은 사람 하나 하나의 코멘트를 달아도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4. 영화초반부터 끝까지 비즈니스맨 잡스에 대한 약간은 지루한 추모 또는 이어지는 예찬의 시선.
잠시 노곤하고 늘어진다 싶으면 성공 또는 열정에 대한 과한 연출을 위한 빵빵한 음악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ost 작곡자는 존 데브니(john debney, 영화음악 작곡자 -아이언맨2, 부르스올마이티 등). 청바지 차림에 터틀넥, 그 심플한 잡스 패션의 느낌 그대로 캐쥬얼함 반, 현악의 무게감 반... 그 덕에 조금 덜 지루하게 볼 수 있었던 듯.
5. 나도 아이의 엄마인지라 잡스가 인정하지 않았던 그의 친딸 리사에 괜시리 맘이 쓰였다. 어렸을 적 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 품에 성장한 잡스, 무슨 기고한 이 비슷한 운명의 장난인가싶었다. 알고보니 잡스는 리사가 10대였을 때부터 같이 살았고 하버드 대학까지 보냈다 한다. 그리고 자신의 딸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마우스 기반 첫 컴퓨터에 딸 이름을 붙여 리사 프로젝트라고 명명하며 헌정의 의미를 담았다.
6. 영화 소셜네트워크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을 다룬 이 영화와 비교했을 때 너무 설렁설렁하게 애플과 잡스를 보여준 듯.
한편, 이번 영화와 별개로 소니판 잡스 영화가 또 나올거라고 한다.
한 때 내가 너무 좋아했던 미드 <웨스트윙>의 시나리오 작가 겸 제작자 아론 소킨이 각본을 맡았다고. 아론 소킨은 소셜 네트워크의 작가. 그리고 스티브 워즈니악도 소니판 영화제작과 협력중에 있다 한다. 그래서 그런가 이 영화에 더 기대가 된다는.
7. 잡스 싱크로율 백퍼 그 이상의 애쉬튼 커쳐.
엄밀히 말하자면, 애쉬튼 커쳐였기에 이 영화가 보고 싶었다. ㅋ
느슨한 걸음걸이는 정말이지 너무 똑같아 흠칫 놀랄 정도.
그래 실제 잡스가 아니고 애쉬튼 커쳐였기에 내가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그는 정말 잘...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잘 크고 있다.
과거보다 지금, 지금보다 앞으로가 점점 더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배우.
헉.메모가 상당히 길다.
분명 영화적 감흥은 별로 없었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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