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곁에 남편은 있었지만 엄마는 없었다.
어스름한 새벽녘, 진통이 시작되어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소식을 전했건만.
딸이 사는 도시로 한 걸음에 내달려올 수 없는 먼 고향에 사는 엄마는
그저 마음으로 수천번 수만번 뜨거운 기도를 올렸을 것이다.
엄마 없이 둘째 아이를 낳던, 조금은 서러웠던 날.
첫 축하 전화는 이제 막 말이 트이기 시작한 29개월 아이였다.
새벽 잠 곤히 달게 자고 있던 큰 아이의 천사같은 얼굴은 바라보고 나왔으려나
진통 간격이 조금씩 좁혀져 오는 그 순간에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다
볼 한번 매만져보고, 보송보송 솜털이 부드러운 말간 볼에 잘자렴-,
뽀뽀 인사라도 한번 하고 나왔으려나
아니면 급한대로 이모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서둘러 집을 나왔으려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비디오 테잎을 뒤로 감아본다.
전화 너머로 아이는 이모가 속삭여주는 대로 작은 입술을 맞추었다.
"엄마, 축하해"
순간 빙그르르 눈물이 맺혀 눈이 시려왔다.
그러했었다고 말하는 그녀도,
그러했느냐고 듣는 나도,
깜.빡.
깜.빡.
눈을 연신 깜빡거려봤지만
눈물샘은 콩알만큼 작은 따스한 샘물을 계속 길어 올리고 있었다.
그마저도 부족했던지 코 끝까지 샘물이 스며든다.
...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진심이 통하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짧고도 긴 전 생애를 통틀어 그 순간을 총계를 내본다면 말이다.
나와 남편 그리고 나의 아이
나와 나의 엄마 아빠 동생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존재하는 나의 사람들
나와 나의 친구 선후배 동료 그리고...
나와 조금이라도 함께 한 사람들 그리고...
지금 내 주변에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과
나는 마음의 문을 얼마만큼 열어 주었을까
마음과 마음 사이의 거리를 계산할 틈 조차 없을 만큼 아주 찰나의 시간에
우리가 서로, 동시에 감동이란 걸 느껴본 순간이 얼마나 될까
누구에게나 공개하진 않았지만
마음 속 빗장 하나 열었을 뿐인데
나도 알고 그도 알고
나도 알고 그녀도 아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왠지 모르게 참 든든한 기분이다.
그래, 알아.
말하지 않아도 눈을 보면 알게 되는 그 것, 그 말.
눈물이 토닥토닥 위로하는 그 말.
20131114
'엄마'라는 이름을 처음 선물받던 그 날로 돌아간 두 여인의 커피타임 +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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