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자마자 울 집 강아지 하는 일.
뇌에 저장된 트랙리스트 몇번 인가를 골라 소리내어 읊고
생후부터 지금까지 들었던 수 많은 단어 또는 문장 중
떠오르는 것을 혼자 조용히 웅얼웅얼 되뇌여보며
하루의 시작을 워밍업한다.
마치 컴퓨터 화면 부팅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일어나서 행동을 개시한다.
자, 출동- !
그러던 아이가 콜록 감기에 걸린지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
잉잉거리며 뒤척인다.
"어~~엄마...눈이 안 떠져"
눈곱길이 아이의 눈을 막고 있다.
눈을 뜨고 싶어도 뜰 수가 없다.
오, 이런...
지난 여름 제 키보다 높은 분수대 물 속으로 풍덩-하고 뛰어들고 나서
눈병이 제대로 나 눈곱이 끼었던 일 이후로 두 번째다.
이번엔 감기로 인해 눈물길이 제대로 막혔나보다.
하루 중 아침 시간이 제일 신나고 흥에 겨웠을 타임인데
안쓰럽고 안쓰럽다.
따뜻한 물로 살살 눈곱을 달래본다.
제 아무리 눈곱길을 튼튼히 만들어 놨다 한들
지극정성 따뜻한 마사지엔 어쩔 도리 없겠지.
여린 노랑 눈곱길이 녹아내린다.
맑은 눈망울이 열린다.
말간 낯빛이 돌아온다.
2013.11.21
갑자기 찾아온 겨울 손님에 우리집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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