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 log

내 안의 작음(smallness)을 직면한다는 것

greensian 2014. 3. 10. 23:45


요즘은 글보다, 책보다 그림에 빠져있는 나날이다.
빠져있다-고 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매 시간 매 순간을 그림과 함께 하는 건 아니라서.

이전에는 짜투리 글이라도 집중했을 시간에
지금은 밑그림 베껴 그리고 채색하고
나 혼자만의 집중, 몰입하는 시간이
모르는 사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기초도 기본도 없이 시작한 거 였고
하다보니 어느새 스믈스믈 생활 속에 들어차고 있다.

그러나 기초와 기본과 맞딱드리는 순간엔
평온했던 내면에도 잔잔히 때론 미친듯이 감정이 파고든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부족함'을 직면하는 순간
손이 마음이 얼굴이 겉잡을 수 없이 붉어지는 것 같다.
실제로 정말 그렇다.
감추려 하면 할수록 더 도드라지는 뾰루지처럼
감출 수 없을 바엔 차라리 당당히 민낯이 나을 터.

때때로 난 나의 부족함을 직감하면 내가 작아짐을 경험한다.
부족함을 채워가는 순간 순간의 감정은 
채워진다- 채워졌다 라는 만족감보다는
얼마나 더 채워야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에 이를지 
심경이 좀 복잡해진다는 것. 
곧 만족할 줄 모르는 허공의 상태에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 더 많다.

부족함=작아짐?
이 경험은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것일까?
꼭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원래부터 채워져있다면
채워야 할 필요 또는 의식 조차 못하고 살아가면 그만이건만.

중요한 건
부족함이든 작아짐이든
순간 확 달아오르는 이 감정들이
잘못된 건 없다는 것.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내 스스로 만들어낸 어떤 완벽의 틀 안에서
나를 조금이라도 더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이끌려는
자동반사적인 생각일텐데
그렇다면 애초에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구상하고 있는 그 완벽조차도
그게 진실인가 묻는다면?
...

내 안의 작음(smallness)를 직면하지 않고서는
위대함(greatness)를 볼 수 없다 한다.
답은, 그저 나의 작음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것 먼저.
나아가 내가 만들어 낸 어떤 틀에 나를 가둬두기보다는
뛰어넘어보는 것.

- 가능할까? 정말? 진정? 니가? ...
내 안의 악마가 또 하는 말...

^^

20140310. 예전 노트를 뒤적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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