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 log 65

굿 애프터 눈

아침. 굿 모닝- 일어나 세수를 하고 거울에 비친 나를 보았다. 거울 속의 나. 거울 속의 눈을 한참 바라본다. 지난 주말 2박 3일간 아이 낮잠 이불을 만들어보겠다고 비루한 실력으로 강행군을 한 탓인가 얼굴빛이 퀭하고 눈이 좀 뻑뻑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검은 두 눈동자가 말을 건다. "안녕?" 응답하듯 눈을 무심하게 깜빡 거리다 눈동자를 한바퀴 돌려 크게 떠보니 새빨갛게 핏줄이 알알이 뭉쳐 옆으로 긴 구름모양을 하고 그위에 무거운 눈꺼풀을 덮고 있다. 10여년간 렌즈를 끼고 산 나로서는 (요즘은 거의 안경을 많이 꼈지만) 이런 충혈은 난생 처음이다. 피곤에 지친 엄마의 눈 속 작은 점 같은 살핏줄은 봤어도. 덜컥 겁이 난다. 오늘은 안과행이구나. 오늘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처음으로 낮잠을 자므로 오..

mono + log 2013.08.19

여름 감기

2013.8.8 목요일 5pm. 머리가 아프다. 난 두통이랑은 참 인연이 먼 사람인데 뭔일이람. 몸에서 카페인을 찾나보다. 커피 한잔이면 개운해질거야. 두통의 묘약, 믹스 커피에 설탕 한 스푼을 더 담고 얼음을 넣어 원샷. 7pm. 먼 유럽땅,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외삼촌이 오셔서 급 가족모임이다. 말복은 며칠 남았지만 이 더운데 엄마가 삼계탕을 해 주셨다. 식구들 수만큼 닭 수도 많아 가스렌지 위 압력솥 두개가 바쁘게 돌아간다. 에어컨을 켜둔 거실은 찬바람 빵빵한데, 주방은 그야말로 찜.질.방. 엄마의 내공에 감사하며... 난 엄마를 따라갈 수가 없다. 저녁을 먹고 여전히 머리가 띵하다. 믹스 커피 한잔을 더 마셨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제는 눈도 빠질듯 아프다. 11pm. 몸이 으슬으슬 이..

mono + log 2013.08.09

아주 오래된 동네병원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가 아플 때마다 찾는 동네 병원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아니고, 친정이 있는 불광동에 자리한 이소아과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차로 이삼십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가는 건 아직까지 우리 동네에 마음 붙인 병원이 없다는 것도 이유겠지만, 그 보다는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 약손에 대해 우리 엄마때부터 내려온...아주 오래된 인연과 깊은 믿음의 끈 때문이리라. 사연은 이렇다. 난 아이를 낳고 세 달 동안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며 엄마 도움을 받았다. 그러던 중, 아이가 생후 한달 만에 여름 감기에 걸렸던 적이 있다. 날씨가 너무 더운 것 같아서 완전 한여름용 바디수트를 입혀본 게 화근이었다. 속이 비칠 정도로 야들야들하고 얇은 면사여서 시원할 거라는 생각과 코끼리 무늬가 너무 귀엽고 ..

mono + log 2013.08.06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한동안은 장마비가 잠잠해지고 다시 맑게 개인 날이면 할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질 것 같다. 서울은 온통 그레이톤 축축한 기운이 가득한 길고 긴 장마였고 할머니가 영면하신 그곳 고창은 뜨거운 뙤약볕에 땅도 하늘도 이글이글 달아올랐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따듯하고 고요했던 이별의 장면... 그 날 끄적인 일기를 다시 꺼내본다. ... "할머니 별세하셨다." 새벽에 엄마가 보내신 문자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간밤 잠을 설치다 동이 트고서야 깜빡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접한 소식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바로 전날, 엄마와 동생이 할머니 뵈러 시골에 내려 간다해서 나도 오빠와 하윤을 데리고 동행을 했다. 아빠와 고모가 일찍이 내려가 계셨고 곡기를 끊으신지 꽤 많은 날들이 지나 다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던 터였..

mono + log 2013.07.26

prologue_ nothing

시작은 설레고 기대되고 궁금했다. 두근두근... 시작은 늘 초조하고 두렵고 불안했다. 두근두근... 새 노트를 사고 펜을 들고 새하얀 빈 공간에 글을 적기까지 얼마나 오래 머뭇머뭇거리는지 나는 잘 안다. 종이에 펜이 닿기 전까지는 분명 설렘이 크다. 막상 종이에 펜을 올려놓고 점이라도 찍을 찰나에는 마음이 뒤바뀐다. 첫 장을 펴고 아니- 그 다음 장을 넘기고 셋째 장 마저 비워둔 채 넘기고 나서 그제서야 끄적이기 시작한다. 늘 그랬다. 첫 시작에 앞서 뭔가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 탓이다. 이곳도 처음 만들땐 너무 설레어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그러나 이내, 곧,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불안함이 엄습했다. 그러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nothing... nothing...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

mono + log 201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