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곁에 남편은 있었지만 엄마는 없었다. 어스름한 새벽녘, 진통이 시작되어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소식을 전했건만. 딸이 사는 도시로 한 걸음에 내달려올 수 없는 먼 고향에 사는 엄마는 그저 마음으로 수천번 수만번 뜨거운 기도를 올렸을 것이다. 엄마 없이 둘째 아이를 낳던, 조금은 서러웠던 날. 첫 축하 전화는 이제 막 말이 트이기 시작한 29개월 아이였다. 새벽 잠 곤히 달게 자고 있던 큰 아이의 천사같은 얼굴은 바라보고 나왔으려나 진통 간격이 조금씩 좁혀져 오는 그 순간에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다 볼 한번 매만져보고, 보송보송 솜털이 부드러운 말간 볼에 잘자렴-, 뽀뽀 인사라도 한번 하고 나왔으려나 아니면 급한대로 이모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서둘러 집을 나왔으려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비디오 테잎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