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 log 65

4년만의 첫 드라이빙

어제부로 우리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하얀색 꼬꼬마 붕붕카. 차 없이 산지 10개월동안은 산책하며 거닐기 좋은 봄여름가을을 보내고, 유난히 한파가 심한 겨울을 맞으면서 아이 얼집 등하원시 부쩍 힘이 들어 투덜투덜 모드가 되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차를 살 계획은 해 넘어가기 전 부터 미리 세워두었는데 어쩌다보니 해를 넘기고, 지난 주 매장에 들렀던 남편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도장을 찍고 왔고 더욱 놀란건 주말 사이 출고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 새 붕붕카는 세 식구 스윗홈으로의 입성을 안전하게 도왔다. 오늘 아침. 나는 자는 남편을 깨워 아이 얼집에, 내 일러스트 수업에 데려다달라고 부탁해 오기사님의 친절 서비스를 받으며 아트센터 가는 미시로 급변신했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지만, 이미 ..

mono + log 2014.01.14

당신의 이력서, 안녕한가요?

신경숙 [모르는 여인들]을 다 읽고 책을 덮을까 하다 책에 대한 평론이 실려져 있어 잠시 멈추었는데 어느 글귀에 순간 시선이 꽂혔다. (평론가도 다른 저자의 글을 인용하여 첫 문단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력서. 신발 이(履), 다닐 력(歷), 기록 서(書) "신발을 끌고 다닌 역사의 기록" (이윤기, [그리스로마신화] 40p) 이력을 적어 내려간 문서, 입사를 위해 나를 증명하기 위한 서류쯤으로 단순하게 알고 있었는데 참 귀한 뜻이다. 한 때 회사에 소속되어 살았던 나날에 혹은 새로운 회사 입사를 희망하며 고군분투했던 그 때 얼마나 나를 증명하고 설명하고 상대를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던 것일까 직장에서의 나, 사회에서의 내가 얼마나 무장하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은 잠시 무장해제 된 삶에 있는데 어떤 기록을 남..

mono + log 2014.01.10

2013 the ending

2013년의 봄여름가을겨울 봄에 이사해서 새 둥지에 터를 잡고, 여름에 아이 어린이집을 보내고 적응시키고 가을부터 조금씩 온전한 자유 시간을 가지며 꽁꽁 닫아두기만 했던 나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 것 - 영어 스터디 새로 시작한 것 - 가을 : 플라워아트, 동네 친구 만들기, 동시 에세이 등 장르 막론 글쓰기 - 겨울 : 일러스트, 영어 인강 수강 시작 계획하고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늘 시작은 좋았다. 늘. 항상. 문젠 내가 약속한 그대로의 온전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라곤 평일 10AM-4PM, 단 6시간 뿐이므로 이 제한된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내는 것이 온전함을 유지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렇게 플랜을 잡고, 정서적 사치 부리기에 집중하..

mono + log 2013.12.31

마음 길의 시작과 끝

태어나 처음으로 그림 과외를 받으러 가는 날. 호기심 반 관심 반으로 저지른 게 시작이었는데, 날이 다가올수록 점점 호기심과 관심의 영역은 줄어들고 두려움과 불안함이 커져가고 있었다. 사실 ...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고이 접어놓지 않고, 결정하고 최종 선택하기까지 다 나의 뜻이었거늘... 방금까지만해도 '과외 받으러 간다' 라고 누군가에게 배우러 간다고 자연스레 내 스스로를 낮추는 내 자신이 보인다. 이미 '기'가 한 풀 꺾였단 이야기다. 그러니 그 뒤따라 오는 생각의 길도 힘이 없다. 전공이 아니네, 해 본 적이 없네 (이건 사실 맞다) 그림보다는 글을 더 즐겨 쓰고 좋아했으니 어떤 기준에서건 못하는 건 당연지사인데, 그 순수한 있는 그대로의 사실조차 '정말 그러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자체를 내 몸은..

mono + log 2013.12.03

엄마의 유자차

요 며칠 전 친정 집에는 달콤 새큰한 향기가 진동을 했다. 엄마의 고향 전남 고흥에서 한 지인이 보내주신 유자 한 상자 때문이다. 집에 유자가 도착한 것을 보면 때는 12월을 앞둔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이다. 굳이 달력을 보지 않아도 김장 시즌과 맞물려 유자차를 재워두는 월동 준비를 할 때가 왔다는 걸 말한다. 분명히 휴일이지만, 몸의 게으름이라고는 눈꼽만큼도 허락할 수 없는 엄마는 싱크대를 박박 닦아 반짝반짝 윤을 내고 나서 청량한 물을 가득히 담는다. 상자 안의 유자가 몽땅 차가운 물에 입수하기 전 의식인 게다. 고흥에서 우체국 택배 상자에 실린 채 서울까지 먼 거리를 한 순간에 이동한 유자들은 새초롬하니 엄마에게 온 몸을 맡기고 말간 노란 빛깔의 얼굴을 내민다. 티 하나 없이 완전히 매끈하고 완벽..

mono + log 2013.12.02

이 겨울의 시작, 12월 1일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누구와 만나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솜구름 널린 하늘이더라 고은 「순간의 꽃」 중에서... 12월 첫날, 하나가 되기를 선언한 커플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아끼는 막내 여동생 시집 보내는 기분이랄까. 실제로 그녀는 딸 셋 중 막내딸이다. 차 트렁크에서 막 꺼낸 듯 따끈따끈 러블리한 풍선품고 사랑해 외치는 신랑 2층에서 프로포즈받는 행복한 신부 신부가 된 셋째 딸아이의 손 잡은 아버지 난 이 뒷모습이 그렇게 짠할 수가 없다... 홀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음악처럼 "지금 이 순간" 의 그 감동과 행복 영원히 간직하시길... 축복합니다 ^^ 2013. 참 예쁜 12월 1일.

mono + log 2013.12.01

오랜만이야, 오 나의 블랙 하이힐 롱부츠

아이를 품었을 때 처음으로 플랫슈즈 신세계에 입성하고 아이와 함께한 후로 내 발은 마치 원래 그랬던 것 처럼, 본능적으로 늘상 안전한 선택을 한다. 단화 또는 운동화 긴 생각 필요없는 매우 심플한 매치로 엔딩. 이제 아이에게 슬슬 공연을 보여줄 때가 왔다고 지난 주 토요일, 아주 작은 인형극을 보러 아이와 모처럼만에 외출을 시도했다. 남편은 올레-를 외치고 혼자만의 자유시간에 신이났다. 뭘 신고 나갈까 웬일로 아주 잠깐 고민하다 (실상, 골라 신을만큼 다양한 슈즈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신발장을 들여다보던 중에 3년 넘게 방치되어있던 오, 나의 사랑 블랙 하이힐 롱부츠와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돌릴 수가 없다. 입술이 먼저 말한다 안녕- 오랜만이야. 아이와 함께 나서는 길이었지만 더는 고민도 하지 ..

mono + log 2013.11.27

눈곱

눈뜨자마자 울 집 강아지 하는 일. 뇌에 저장된 트랙리스트 몇번 인가를 골라 소리내어 읊고 생후부터 지금까지 들었던 수 많은 단어 또는 문장 중 떠오르는 것을 혼자 조용히 웅얼웅얼 되뇌여보며 하루의 시작을 워밍업한다. 마치 컴퓨터 화면 부팅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일어나서 행동을 개시한다. 자, 출동- ! 그러던 아이가 콜록 감기에 걸린지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 잉잉거리며 뒤척인다. "어~~엄마...눈이 안 떠져" 눈곱길이 아이의 눈을 막고 있다. 눈을 뜨고 싶어도 뜰 수가 없다. 오, 이런... 지난 여름 제 키보다 높은 분수대 물 속으로 풍덩-하고 뛰어들고 나서 눈병이 제대로 나 눈곱이 끼었던 일 이후로 두 번째다. 이번엔 감기로..

mono + log 201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