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 log 65

서관 413호

이젠 모두의 추억이 된 서관 413호.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작고 소박해 더 예뻤던 사계절의 풍경도 고민끝에 담은 멘트와 선곡이 스피커를 타고 캠퍼스에 울려퍼질 때의 희열감도 안녕- 한지 오래... 편안함보다는 어쩌면 긴장한 날들이 더 많았을 지 모르는 그 때. 선배의 따끔한 말로 덧난 상처는 따스한 감성 묻어나는 그의 원고를 보며 자연스레 아물기도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입다문 진심은 롤링페이퍼 한 귀퉁이 깨알글씨로 대신했던 그 때. 아마도 그랬기에 더더욱 동기들에게 의지하며 동지애를 불태웠던 그 때. 이젠 긴장감보다는 편안함이 새록새록 돋아나 타임슬립의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지.아.니.한.가. 20131014. 치열했던 20대 과거 한 꼭지가 어느덧 현재가 되고 나의 시간은 계속 흐..

mono + log 2013.10.14

그냥 아주 작은 배려 2편

며칠 전, 드.디.어!!!! 나와 인연이 없던, 비오는 날의 불절했던, 부르르 떨며 두고 보자 했던, 그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를 만났다. 아이를 먼저 태우고 내가 올라서고 단말기에 카드를 대고 나니 요구르트를 든 손이 내게 불쑥 들어온다. "아이 줘요" 하며 무심하게 건넨다. (순간 정지) "네?! 아, 네...." 하고는 받아버리고 말았다. 버스가 바로 출발하기도 했거니와 아이도 앉혀야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하니 망설이고 주저하고 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무릎에 아이를 앉히고 나니 그제사 이 상황이 좀 당황스럽다. "기사 아저씨가 하윤이 먹으라고 주셨네?" 하고 내 황당 당황 무안한 낯빛 무마하려 애썼다. 화가 났던 그 분께 얼떨결에 받아버린 요구르트 하나. 일종의 뇌물인가. 아니면 지난번 미안했다..

mono + log 2013.10.10

나무늘보의 수다

한 마디여도 될 것을 글자 하나하나에 꼬리표들이 달렸나 하염없이 길고 길고 길고 자꾸만 길어진다. 한 마디 영감은 정지된 스틸컷 시간을 건너뛰어 언젠가의 그 때로 돌아가 눈이 기억하는 대로 마음에 새겨진 대로 두 줄 세 줄 네 줄 ... 한 문단. 두 문단. 세 문단. 입술은 말하지 않고 눈이 기억하는 대로 마음이 새겨진 대로 뇌가 하라는 대로 손만 툭탁툭탁툭탁툭탁 내 글 속에 사는 느린 나무늘보의 한없이 늘어진 수다 얼마나 쏟아내야 조금 가지런해질까 눈이 마음이 손이 말하는 글 조차 쉬이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증 내지 기록 강박증세를 보이는 나무늘보의 수다 오늘도 그렇다.

mono + log 2013.10.08

그냥 아주 작은 배려

미칠듯 쏟아지는 졸음과 메스꺼움, 만삭의 무거운 배와 힘겨루기 하던 임산부 시절을 거쳐 만 두돌하고도 삼개월 지난 아이를 키우는 지금까지 나는 주로 버스, 지하철,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을 애용해왔다.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다소 수고로움이 따르지만 대체로 편리하고 약속시간을 칼같이 지킬 수 있기 때문. 낮 시간대에는 버스 좌석 중 분홍색의 임산부석이 비어있거나 지하철에도 노약자석 및 일반 좌석에도 여유가 있는 편이라 이용이 한껏 수월하다. 기사와 승객들의 배려와 친절 마인드 또한 기본 이상이다. 돌 전후로 아이를 아기띠에 안고 다닐 때든, 지금처럼 걸을 수 있지만 힙싯에 앉혀 데리고 다닐 때든 버스나 지하철에 여유 좌석이 없는 경우 아이를 낳고 키워본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먼저 양보를 해 주..

mono + log 2013.09.25

부디..... _병원에서의 단상

병원 로비에서 까슬까슬 웃자란 짧은 민머리의 환자를 보았다. 아마도 항암치료 중인 걸로 짐작되는 여인은 가족의 손에 의지하여 병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다가서고 있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 ...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눈의 초점은 갈 곳을 잃고 멍하게 어딘가를 죽은 듯이 잠잠히 바라보고 있다.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은 이미 여인의 의지가 아니다. 가족에게 붙들어진 팔짱 조차도 온기가 없이 서늘하다. 모든 걸 다 잃은 정지된 영혼.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몸. 다음 날 로비에서 또 마주친 여인. 어제와는 다른 이의 손을 꼭 잡고 터벅 터벅 똑같은 걸음으로 지나간다. 여인의 심장은 어제와 같이 똑같이 뛰고 있을 터. 참으로 힘든 사투를 버티고 있는 여인은 살아있는, 아름다운 생명이다. 부디, 꼭 부디 ..

mono + log 2013.09.24

소아병동에서의 4박 5일 03

#1. 퇴원예정일 새벽 2시 & 34.4도. 새벽 2시. 잠이 쉽게 들지 않아 뒤척이다 아이를 살펴보니, 평소 땀이 많은 아이의 체온이 심상치 않다. 온몸엔 이미 땀이 흥건하고. 시트며 옷이며 다 젖고 문제는, 34.4 저체온이다. 비염알레르기 사투중인 남편도 약먹고 숙면중이라 전화안받고 심장 튀어나오기 직전. 급하게 저체온 관련 폭풍검색하며 정보를 찾아본다. 간호사 불러 체온 다시 확인케 하고, 항생제 주사 거부했다. (열이랑은 직접연관없어도 이건 너무 저체온이라 불안해서) 겨드랑이 체온으로 다시 정확히 재달라 요청, 여전히 34.4-7도. (내가 요청하기 전까진 간호사가 귀체온계로만 체온을 쟀다. 아마도 대부분의 병원이 그럴 것이다. 겨드랑이 체온계의 경우 제대로 밀착시켜야 정확히 잴 수가 있다. 자..

mono + log 2013.09.24

소아병동에서의 4박 5일 02

#1. 아자 아자 아자구. 토욜 이른 아침. 때맞춰 병원밥이 오고, 약간의 부산스러움으로 아이가 깼다. 평소같으면 먼저 일어나 "엄마, 밥 줘요. 밥~" 할텐데 내가 먼저 밥을 권하니 그제사 먹겠단다. 감기를 앓고 열이 오르기전까지는 밥양이 늘었었는데 아직 열도 있고 입맛도 없는지 밥은 몇 숟가락 먹는둥 마는둥 결국 내 차지가 되어버린다. 답답해하는것 같아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시켜주니 깔깔대는 아이들 웃음 소리 그치지 않는 유아 놀이방에 시선이 멈춘다. 기어이 악어와 미끄럼틀을 타겠다고. 수액걸이 꼬일까봐 엄마는 전전긍긍 식은땀 난다. 아휴.... 병실로 향하니 "아자 아자 아자고" (나가자 나가자구). 주말이라 사람없는 1층 로비로 향하니 아예 입구쪽을 가리키며 "저쪼기, 저쪼기, 아자 아자" (저쪽..

mono + log 2013.09.24

추석연휴 전야, 소아병동에서의 4박 5일 01

#1. 고열과 미열 사이 새벽. 잘 자는지 짚어본 아이의 이마가 뜨끈하다. 목감기약으로 처방받은 해열제 약을 먹인다. 38.8도의 고열은 2시간 정도 지나면 37도 중후반의 미열을 유지한다.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체온은 오르기 시작한다. 흠... 느낌이 좋지가 않다. 아이는 이렇게 고열과 미열 사이를 오가며 집에서 3일을 버텨주었다. 그 사이 40도에 가깝게 열이 올라 응급실에는 이미 두 번 출석했지만, 해열제 약을 복용하고 있던 터라 호흡기치료만 받고 귀가를 거듭했다. #2. 고열 3일째 세 번째 응급실 아파도 잘 놀고 잘 먹던 아이가 "엄마, 엄마" 부르며 보채기 시작한다.비염 알러지와 사투하느라 휴가중인 남편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애를 들쳐안았다. 세 번째 응급실행. 웬만하면 입원은 피하고 싶었고, ..

mono + log 201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