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 log 25

Damien Rice - Delicate / Amie _ 더 붙들어야 할 가을 날

가을에 태어난 나란 여자의 가을 예찬은 끝이 없지만 언젠가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아차릴 즈음 좋다 좋다했던 이 계절에 대한 고백도 어제가 되고 그제가 되어 이미 지나간 날들 속에 켜켜이 흩뿌려진 수 많은 말과 글 중에 하나가 되고 기억하기보다는 잊혀질 확률이 더 높은 또는 그렇지 않은 그 모든 부등호의 기억들. 그 많은 날들과 지금은 없는 사라진 우리의 말들과 다행히도 남겨진 글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제 바람이 꽤 차다. 시리다. 외출길엔 머플러를 찾고 자꾸 주머니에 손이 기어 들어간다. 햇살은 여전히 따스한데 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차갑고 깊어만 간다. 오늘은 데미안 라이스의 1집「damien rice O」나 하루 종일 들어야겠다. 그러고 싶다. 벌써..

music + log 2013.10.21

비포 선라이즈... 그 시작과 끝 (Before Sunrise)

며칠 전, 비포 선라이즈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던 말 그대로 시계추를 되돌려 제시와 셀린느, 그 첫 만남 지금으로부터(비포 미드나잇, 2013) 18년 전으로 돌아가 보았다. 예전에 본 장면이 기억이 날듯 말듯 새록새록 돋아나다가 그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간 걸까. 어느새 그 둘의 만남에 조용히 동행자가 되어 있었다. 뽀얀 피부 만큼이나 풋풋한 에단 호크 하얗고 말간 얼굴에 붉은 입술이 매력적인 쥴리 델피 기차 안, 첫 인상만큼이나 짧지만 긴 여운의 대화는 딱 하루 동안의 여정으로 이어지고 밤새 소리없이 움튼 감정에 머뭇거리다 예정된 이별앞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게 되는데... - 사랑에 빠지기 충분했던 영화..같은 이야기.. 내일의 헤어짐은 잠시 덮어두고 부담없..

music + log 2013.10.14

Carla Bruni - Those Dancing Days Are Gone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시끌벅적한 파티에 다녀와 아무도 없을 깜깜하고 텅 빈 집에 들어와 외로운 손으로 불을 켜고 거울 속 그녀는 스모키로 채색한 얼굴을 지운다. 말간 맨 얼굴을 드러낼 즈음 숱이 많고 까만 속눈썹을 깜빡이다 한참 동안이나 거울을 들여다보고 입을 연다. - 이제 내 얘기를 좀 할게 붉은 입술이 말하는 소리 짙은 스모키로 물들다. ... 비오는 오후를 채워준 오늘(지금은 새벽 2시가 지났으니, 엄밀히 어제)의 음악. Carla Bruni - Those Dancing Days Are Gone 카를라 부르니의 허스키보이스. 회색 구름. 부슬비. 꽤 괜찮은 조합이다. 한 가지 수식어로는 부족한 그녀. 모델 배우 싱어송라이터 전 퍼스트레이디 엘리제궁을 떠난 그녀는 올 봄 네 번째 앨범을 내기..

music + log 2013.10.07

a waltz for a night (Julie Delpy) _ 비포 선셋 Before Sunset

얼마 전, 비포 미드나잇을 보고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비포 선셋을 보았다. 이 흐름대로라면 며칠 뒤 난 비포 선라이즈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다.시. 볼 거라면 1, 2, 3편을 차례로 보는게 시간의 흐름, 두 연인의 변화, 그리고 나의 변화를 좀 더 쉬이 볼 수 있을텐데 굳이 거꾸로 타임머신을 타는 선택을 한 건 왜지. 9년 전, 그로부터 또 9년 전 무려 18년이나 이어온 제시와 셀린느 그 둘의 시간을 내가 이렇게 다시금 거슬러 보게 되는 건 왜일까. 비포시리즈 - 비포 선라이즈(1995) / 비포 선셋(2004) / 비포 미드나잇(2013) - 작품이 더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그 둘의 감정을 좀 더 깊이, 좀 더 가깝게 이해하게 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비엔나에서의 첫 만남과 헤어짐..

music + log 2013.10.02

way back into love _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and lyrics)

2007년에 나온 이 영화를 너무 띄엄띄엄 보았나보다. 기억하는 거라곤 고작, 휴 그랜트(알렉스)와 드류 베리모어(소피)가 함께 만든 way back into love 이 음악 하나라는 거. 이게 전체 줄거리인 건 맞는데, 다시 보니 이야기 속 디테일 하나하나 완전 새롭게 첨 보는 느낌. 늦게라도 이 영화의 잔재미를 알게 해준 남편에게 감사하며... 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길을 거닐고 고민하며 데모를 만드는 장면은 꼭 내가 그 속에 있는 기분이다. 만들어 가는 재미,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 물론 그 안에는 창작의 고통과 스트레스가 따르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동안 불안한 감정은 점점 사그라들고 몰입하는 두 남녀의 열정만이 남아있음을 보게 된다. 실제 창작이 꼭 이렇지만은 않다는 거 단 몇 ..

music + log 2013.09.30

Kings of Convenience - Cayman Islands

지난주 난생 처음 가을꽃으로 테이블 센터 피스를 만들어 보고 나의 첫 꽃을 부모님께 드리고 왔다. 실제 꽃을 보시면서 울 엄마 "생화니? 예쁘다. 오래갈까?" 하셨는데 사진이 올려진 내 카스를 보고 댓글을 남기셨다. 「엄마는 꽃을 보면서 우리딸. 생각 많이 했다. 애기 키우며서. 정신 없이. 가버린. 세월. 내 딸도. 나이를. 먹어구나. 하고. 고맙다」 맨질맨질한 스마트폰 화면 위에 굳은살이 배긴 두 엄지 손가락 끝으로 엄마가 틀리지 않게 조심스레 그리고 정성스레 담았을 한 글자 한 글자가 계속 꿈틀거린다. 띄어쓰기 두 번에 자동으로 찍힌 마침표가 꾹꾹. 받침빠진 글자엔 애틋함이 그 빈 자리를 묵직하게 메운다. 그 글을 다시 보며 중간 중간 쉼호음을 해가며 엄마가 말하듯 입으로 조용히 읊어본다. 띄엄....

music + log 2013.09.09

Toots Thielemans - Bluesette / Samba de orfeu

주말 사이 8월은 가고 9월이 성큼 오고야 말았다. 며칠 전 후드득 쏟아지던 가을비에 떠날 때를 아는 여름의 끝자락이 점점 희미해졌는데 이젠 정말 "헬로, 나 가을!" 증명하듯 9월 그리고 둘째날. 거스를 수 없이 너무도 자연스런 시간의 흐름으로 새로운 절기를 마주한 것 뿐인데 이 작은 변화로 어제의 같은 배경과 공간이 기억할 수 없을만큼 퍼펙트하게 초기화된 기분. 스카이블루빛을 머금은 바람결과 살갗에 와닿는 상큼한 공기가 그저 감사하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올 해는 여름과 그 끝, 그리고 가을을 맞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할머니가 떠나시고 그로부터 49일이 지났다. 그래서일까. 나의 뇌는 뜨거웠던 여름과 선선한 가을의 교차점을 더욱 뚜렷하고 선명하게 새기려 든다. 실은 가을이 오는 길목에 마음껏 들으..

music + log 2013.09.02

Jeff Bernat - If you wonder

달달한 공기 반 달달한 소리 반 몇 달 째 지금 이 남자 목소리에 빠져 있는 것인가 깊은 밤에 들으면 스톱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 도저히. 음악이 나오는 그대로 폰을 켜둔 채 잠든 날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처음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던 노래 moonlight chemistry 순간 해야할 일을 잊고 묻는다. 이 남자 뭐지? 때는 아침인데 흑백 모노톤 음색을 따라 달빛 스민 새벽녘으로 타임슬립. 그리고 심하게 달콤한 굿모닝 인사를 남기고는 사라짐. 이름을 몰라 기억하는 가사 몇 개만으로 다급히 구글링. 제프 버넷(Jeff Bernat). 모던하게 나지막한 울림으로 고백하는 이 남자의 If you wonder는 참으로 너무 달달해 녹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리드미컬하게 조근 조근 말..

music + log 2013.08.29

Antonio Carlos Jobim - Wave

아직 여름은 저만치 남아있는데 마음은 자꾸만 앞으로 내달린다. 뜨거운 여름 안녕- 하고 아쉽게 이별하고픈데 모른척하고 아슬아슬 애매한 기분으로 시원한 바람 찾아 저만치 앞서간다. 미안- 나홀로 이른 가을 만나러 가는 길 가만히 동행해주는 음악, 조빔의 Wave. 여름 휴가는 저 멀리 떠났고 다가오는 가을엔 정말 떠나야겠다. 아무런 생각없이 바다로. Studio album by Antonio Carlos Jobim Released September 1967 Recorded May 22-24 and June 15, 1967 Van Gelder Studio, Englewood Cliffs Label A&M Track List "Wave" – 2:56 "The Red Blouse" – 5:09 "Look to ..

music + log 2013.08.29

Goldfrapp - Happiness _ 보면 볼수록 매력돋는

눈을 감고 들으면 더 좋은 음악이 있고, 때론 음악을 보면서 들으면 더 특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실 지금은 비쥬얼 시대인지라, 너무도 훌륭하고 감각적이고 세련미 넘치는 뮤직비디오가 우르르 쏟아져 그 특별한 즐거움이 그닥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우리가 아이돌을 논할 때 없어서는 안될 요소이며, 소셜 미디어 안에서의 마케팅적인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경쟁의 논리로 순위가 매겨지고 회자되는 뮤비도 각양각색일터. 지금 이 시간에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조회수 17억 건을 넘어가고, 야심차게 투자했지만 히트에 실패하는 이름 모를 아이돌의 음악도 존재한다. 훗날 재조명 또는 재해석될 수 있는 음악도 있을 것이고.. 국내 첫 뮤비 탄생작이라 할 수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뮤비는 당시엔 ..

music + log 201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