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Logue 302

| 책속의 책 | 교양노트 + 작은 집 이야기

| 책 속의 책 | ​​ 요네하라 마리의 [교양노트] 속에서 만난 그림책 [작은 집 이야기(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아이도 나도 같이 좋아하는 책이라 더 반갑다. ​​ "지금도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당장에라도 무너질 듯한 작은 집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다시 한 번 그 배후에서 그림책의 집처럼 구원받지 못하고 철거당하고 마는 무수한 집의 신음소리가 덮쳐온다." [작은 집 이야기]를 볼 때마다 지금은 은평뉴타운이 되어 몰라보게 변한 내 어릴적 동네 구파발이 떠오른다. 2층 다락방에서 삼남매가 복작거리던 그 집도, 이슬비 내리던 날 엄마 따라 학교 뒤편 언덕길을 올라가다 엄마가 "여기가 이제 우리집이 될거야."라고 말하던 마당있는 주택집도 이젠 사라지고 없는 그 곳. 어쩌다 지인을 만날 일이 생겨..

book. paper + log 2018.10.05

매일 매일 밥. 춤을 추는 그대에게...

밥. 춤 정인하 글 그림 | 고래뱃속 ​ 한 달에 두 번, 그림책 모임에 나간다. 의견을 내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춰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골라 간다. 너무나 뜨거웠던 여름방학을 보내고 지난 달 첫 주의 주제는 '음식(먹을 것)' . 신간을 그 때 그 때 캡쳐해두고, 아이들이 좋아한 책과 그 외 더 보고 싶은 책들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가장 먼저 꺼내든 책이 [밥.춤]이다. 표지 그림에 꽂혀서 제일 먼저 보고 싶었다. (이번에도 역시 책 표지 그림에 홀랑 반함. 소장각!) • •• 표지를 장식한 두 사람이 춤을 춘다. 한 사람은 빵모자와 앞치마를 두르고, 다른 한 사람은 허리춤에 전대를 차고서 두 팔과 다리를 쭉 뻗은 채 높이 도약! 면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옷걸이, 신..

book. paper + log 2018.10.05

치명적인 뉴욕병을 기억하기 위한, 사소한 기록

⭐️YES24 _ 2018 서울국제도서전 신간 10 리뷰대회⭐️📚최우수리뷰 선정📚 (2018.10.12) ​ 책 표지를 넘기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까지 저자의 발길이 닿았던 곳곳을 들여다보며 한 때 너무나도 동경했던 뉴욕, 그래서 서른에 도망치듯 찾아갔던 그 곳을 기억할 수 있어서 그 시간들이 좋았다. 경험치가 없었다면 마냥 동경하고 말았을 장면 장면을 내가 기억하는 경험을 대입해 볼 수 있어서 아마도 몰입이 더 되었던 것 같다. 남편과 아이들을 꿈나라 기차로 태워 보내고, 뒤따라 감기약을 먹고서 그 다음 기차에 올라탔어야 마땅한 가을밤이었건만. 환절기 감기로 휘청대는 몸을 붙잡고서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건, 책을 통해 아주 오랜 동안 묵혀놓고 잊어버렸던 뉴욕병(좋게..

book. paper + log 2018.10.01

임금님의 이사

임금님의 이사 보탄 야스요시 글 • 그림 | 문학과지성사 ​ 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 하지만 잘 버리지 못하는 나로서는 절대 범접 불가한 신의 영역이다. 손댈 수 없으니,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니, 꿈꿀 수 있으니 아름다운 게 아닐까. 한달 전쯤, 친정 오랜동안 묵혀있던 내 짐을 완벽히 처리할 기회가 있었다. 버릴 짐을 솎아내도 버리지 못하는 짐이 더 많았다. 책장 가득 채운 책도 다 정리하지 못해 결국은 우리 집으로 그대로 싸 안고 왔다. 20년도 더 지난 내 어릴 적 피아노와 함께...... 특히나 손때 묻은 것들, 이야기와 시간이 고스란히 깃든 물건이라면 더 그렇다. 어릴적 성적표와 생활기록부,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와 엽서, 쪽지는 물론 유년시절의 일기부터 대학시절 다이어리, 사회생활 하는 동안 기록..

book. paper + log 2018.09.18

고양이 손을 빌려드립니다

고양이 손을 빌려드립니다 김채환 글 | 조원희 그림 | 웅진주니어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 지구별에 정착한 어린왕자가 하나에서 둘로 늘고 내가 품고 있는 거대한 우주에서의 하루살이가 버겁고 답답할 때마다 속으로 늘 말했다. 온전히 내 삶의 고단함을 우리 엄마에게 맡기기는 싫고, '이모님'이라는 고용된 관계도 어쩐지 불편하다. 그러니 '아내'가 딱이다. 나 대신 역할을 대신해 줄 '우렁각시' 말이다. 우주를 꾸려가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결혼하기 전엔 미처 몰랐다. 아니 둘이 살 때만 해도 몰랐다. 어느새 나 또한 삼시 세끼를 걱정하는 애미가 되고 보니 그제야 울 엄마가 생각났다. 도대체 어떻게 애 셋을 키워낸 걸까. ..

book. paper + log 2018.09.15

모두를 위한 케이크

모두를 위한 케이크 (2018, 미디어창비) 다비드 칼리 글 | 마리아 덱 그림 | 정화진 옮김 여러 책을 빌려다가 오랜 고심끝에 드. 디. 어. 2학기 첫 리딩맘 첫 책을 골랐다. 결정장애인 엄마를 도와 최종 선택은 99.9% 아이의 기여 덕분이다. 재미있고 빵빵 터지는 책이 뭔지 리딩맘 선배들께 조언을 구해볼까 하다가 이번 1학년 친구들은 처음 만나는 자리이니 책을 통해 매주마다 만나며 차근히 친해지면 되지 않을까 욕심을 좀 내려놓았다. 그림이 예쁘고 매력적이고 색감이 좋은 책 거기에 생각할 만한 주제도 있는 책인 것 같아 마음이 살짝 기울었는데 다행히 아이랑 통했다! ​모두를 위한 케이크 ​ 오믈렛이 먹고싶어진 생쥐. 달걀이 없어 이웃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기로 한다. ​짠! 모두 여덟 조각이면..

book. paper + log 2018.09.11

When YOU Were small _ 네가 아주 어렸을 때

When YOU Were small SARA O'LEARY with illustrations by JULIE MORSTAD 네가 아주 어렸을 때 (2007, 사파리) 사라 오리어리. 글 l 줄리 모스태드. 그림 l 김선희 옮김 ​​ 치카치카 양치하고, 이불을 펴고, 잘 시간이라고 말하면 후다닥 달려와 제 잠자리에 얌전히 누워 바로 잠드는 아이가 과연 있을까? 피로도가 최고지수에 이르러 비몽사몽인 채로 곯아 떨어진 날이 아니고서는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 잠자는 시간에는 저마다의 의식을 치룰 터. 예쁜 그림 동화책 한 권으로 시작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 블랙홀로 들어가기도 하고, 자장가 음악을 틀어놓고 엄마도 잠자는 척 시늉을 하다가 엄마가 먼저 꿈나라로 가기도 하며, 맘 조리며 기껏 다 재..

book. paper + log 2018.09.11

바람이 불었어

바람이 불었어 팻 허친즈 그림·글 | 시공주니어 ​ 2학기 첫 리딩맘(책 읽어주는 엄마) 활동을 마치고 학교에서 나오는 길, 시원하게 바람이 분다. 덥지도 차갑지도 습하지도 않게 딱 좋게 선선하게... 아이 친구들이 많이 있는 반에 처음으로 책을 읽어주자니 적잖이 긴장하고 이마며 겨드랑이며 땀이 송송 맺혀있던 찰나, 때 마침 부는 바람은 내게 이른 아침 수고했다며 말을 건네는 듯하다. 아침 일과를 위해 새벽 6시 반부터 분주하게 움직인 시간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하늘빛은 흐리지만 회색 바람이 주는 청량함은 이번 달 들어 처음이지 아마. 여름 내내 쉬지 않고 돌아가던 선풍기와 폭염을 잠재우던 냉기 백프로 초강력 에어컨 바람에는 없는 무늬와 결을 지닌 자연 그대로의 바람이 분다. 계절과 계절 사이의 흐름을 ..

book. paper + log 2018.09.07

잔나비 _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봄에 받아놓았던 책 소개 잡지를 오늘에서야 종이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읽었다. 이따금씩 연필로 밑줄을 그어 가면서... 아, 그래 이 맛이었구나. 연필 끝이 종이 위에 맞닿아 내는 회색 소리를 듣는 맛. 언어 한자 한자 담고 싶어 줄이라도 그어보며 글맛을 기억하려는 최소한의 움직임이 주는 즐거움. 한동안 도서관에서 잠시 빌려온 책을 보느라 밑줄 그어가며 읽는 맛을 새까맣게 잊었나 보다. 아무렇게나 책에 끼적일 수 있는 자유는 온전히 내가 소유한 책으로만 누릴 수 있음을 다시 상기시키며... 친정에 묵혀둔 책장과 그 안을 빼곡히 채운 책들도 집으로 가져와서 한 짐인데, 갖고 싶은 책이 자꾸만 늘어만 간다. 잡지에 새로 소개된 책 중에 만나고 싶은 책이 있는가 하면, 내 소유의 책들 중에 아직 끝을 보지 ..

music + log 201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