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Logue 302

가을가을한 그림책 리스트

​ 택시 네비도 헷갈렸던 걸까. 목적지가 아닌 엉뚱한 데 당도한 바람에 흙길을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듣던 대로 시골길이었다. 개발이 묶여 있어 아파트가 없고 키낮은 가옥과 작은 앞마당을 지키는 과실수와 채소밭, 나무숲으로 우거진 뒷동산이 어우러져 있었다. ⠀⠀⠀⠀⠀⠀⠀⠀⠀⠀⠀⠀⠀⠀⠀⠀⠀ 집에서 고작 10분 거리인데, 풀냄새 스민 공기 마시며 또각또각 구두 소리도 금세 먹어버리는 푹신한 흙밭을 걸으니 마음도 말랑말랑... 어느 집 앞 감나무 한 그루의 풍경이 좋아 한참을 서 있었다. ⠀⠀⠀⠀⠀⠀⠀⠀⠀⠀⠀⠀⠀⠀⠀⠀⠀ 집에 돌아와 감나무 사진을 보다가 떠오르는 그림책 목록을 덧붙여본다. 감꼭지랑 이파리, 가지만 건네던 [허허 할아버지네 감나무] 와 사유하는 그림책 모임에서 공유한 가을 그림책이 한 가득- 가..

book. paper + log 2018.11.17

[완벽한 날들_메리 올리버] 내 온쉼표의 요일들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 마음산책 ​ ‘엄마’가 된 순간부터 늘 롤러코스터를 탔다. 온 감정이 뒤죽박죽 뒤섞인 채. 둘이 이룬 ‘가족’이라는 커다란 우주를 품고, 새로운 행성에 정착한 어린왕자가 하나에서 둘로 늘어가면서. 서로 다른 자아들이 만나 각기 다른 정도의 성장통을 겪는 인고의 시간이 시작되었으니까.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왕자는 점점 살이 차오르고 경이롭게 성장하지만, 그 누구의 역할이 아닌 온전한 나의 모습은 점점 닳고 달아서 한없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엄습하는 날을 마주하곤 했다. ‘엄마’라면 마땅히 아름답게 품어야 할 거대한 우주에서의 하루하루가 버거울 때마다 쉬어갈 곳이 필요했다. 기댈 곳 없는 독박육아의 쉬는 시간은 아이가 낮잠에 들어야 비로소 시작되니 그 무엇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book. paper + log 2018.11.16

[숨바꼭질] 김정선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숨바꼭질] 김정선 글그림 | 사계절(2018) ​​​ 주엽어린이도서관 주최 세계그림책 워크숍 마지막 시간 [숨바꼭질] 김정선 작가와의 만남. "그날 밤 하늘이 정말 예뻤지." 피난길, 콩밭에 누워서 바라본 밤 하늘을 이야기하던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영감을 받은 작가는 [숨바꼭질] 그림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밭고랑 사이사이에 웅크린 몸을 기대어 눈을 붙이던 사람들, 그 가운데 별빛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어린 소녀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거렸다. ⠀⠀⠀⠀⠀⠀⠀⠀⠀⠀⠀⠀⠀⠀⠀⠀⠀ 피난을 떠난 자전거포 집 순득이와 떠나지 못한 양조장 집 순득이. 그 둘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두 친구의 숨바꼭질 놀이로 표현된 우리의 아픈 역사가 굳이 애써 '전쟁'과 평화'란 단어를 쓰지..

book. paper + log 2018.11.16

[숨] (노인경) 세상과 마주한 아이의 첫 숨을 기억하며

「곰씨의 의자」, 「고슴도치 엑스」,「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책청소부 소소」,「기차와 물고기」,「나는 봉지」 ...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은 내가 좋아서 먼저 보기 시작했다가 아이도 서서히 물들어 좋아하게 되었다. 글이 없이 순수하게 그림만 담긴 그림책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리뷰를 신청한 건, 기존 작품에서 접한 작가 특유의 감성과 이야기를 담은 그림에 이미 충분히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운 좋게도 덜컥 리뷰어로 선정되고, 책을 기다린 끝에 받은 배송 중이라는 문자는 왜 그리 또 설레던지. 그렇게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치는 가운데 「숨」책을 처음 만났다. ​ 숨방울이 뽀글뽀글거린다. 평온하게 눈을 감고 온 세상 앞에 호흡하는 아이. 파스텔 분홍빛 표지에 선명히 새겨진 파란색 ‘숨’ 글자가 ..

book. paper + log 2018.11.09

[산책을 듣는 시간] 리뷰대회 수상 소식~

​ 아이 어린이집 픽업 전 늦 점심으로 라면을 후룩~ 먹고 있던 중에 모르는 전화번호로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두어번 경험했던 보이스피싱은 아닐까, 혹은 광고 전화려나 잔뜩 긴장을 하고 날을 세운 채.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사계절 출판사입니다-" 회사명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하고 다시 되물었던 것도 같다. [산책을 듣는 시간] 리뷰대회 수상 결과는 어제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원고를 메일로 보내고 일상에 쫓기다 보니 새까맣게 잊고 있었기에 발표 소식에 적잖이 놀랐다. 소소한 나의 일상 속 산책길의 풍경을 수지와 한민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끼적이기 시작한 글이었다. 제16회 사계절문학상 수상작 정은 작가의 [산책을 듣는 시간] 속 문장은 인물 하나 하나의 삶을 고스란히 관통한다. 수많..

book. paper + log 2018.11.09

존 블랜드에게... [모래요정과 다섯 아이들] 작가 서문에서

​ 다시금 펼쳐도 늘, 마음 뭉클하게,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가의 서문 ⠀⠀⠀⠀⠀⠀⠀⠀⠀⠀⠀⠀⠀⠀⠀⠀⠀ - 에디스 네스빗. [모래요정과 다섯 아이들] ⠀⠀⠀⠀⠀⠀⠀⠀⠀⠀⠀⠀⠀⠀⠀⠀⠀ TO JOHN BLAND ⠀⠀⠀⠀⠀⠀⠀⠀⠀⠀⠀⠀⠀⠀⠀⠀⠀ My Lamb, you are so very small, You have not learned to read at all; Yet never a printed book withstands The urgence of your dimpled hands. So, though this book is for yourself, Let mother keep it on the shelf Till you can read. O days that pass, That day will co..

book. paper + log 2018.11.02

[산책을 듣는 시간] 을 읽고...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온 '보고 듣고 말하는 것'에 대해 수지와 한민의 시각으로 되돌아봤던 시간. 햇살 좋은 노란 가을날, 좋은 친구가 되어 준 [산책을 듣는 시간]. 주변 인물 또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마주하고 있음에 조용한 응원을 보내며... 일단, 따뜻한 색감에 홀릴 수 밖에 없는 표지의 느낌과 스토리텔링이 너무 좋다. 커다란 헤드폰을 쓴 소녀, 골든레트리버와 나란히 거니는 소년의 산책길이 너무 예쁘고 다정하다. 차가운 바람결에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이 가을과도 너무 잘 어울린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세상을 당차게 걸어가는 수지와 한민의 모습이 지금을 살아가는 철든, 혹은 철들지 않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

book. paper + log 2018.11.01

공책을 좋아하는 여자, [소설가의 사물]을 들여다보며...

​이를 테면 연필이라는 사물을 보면 쓰고 싶어지고 의자를 보면 앉고 싶어지고 바구니를 보면 담고 싶어지는 마음의 성질. 수수한 공책 한 권을 머리맡에 두고 있으면 불현듯 써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 이 행동 유도성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 _ 조경란 | 소설가의 사물 _ 타오르는 생각 무조건 WRITE ..... '일기장' 중에서 ​ ⠀⠀⠀⠀⠀⠀⠀⠀⠀⠀⠀⠀⠀⠀⠀⠀⠀ * 오랜만에 서점에 가서 그림책 한 권, 그리고 꼭 필요했던 노트 몇 권과 미니노트를 샀다. 무려 열 권...(즉, 문구 코너를 더 오래 머물렀다는 팩트 체크!) 작은 핸드백에도 쏙 들어갈 것 같은 귀여운 작은 공책은 보는 순간, 소장욕 발동. 중증 이상의 결정장애인 내가 하나만 고르는 건 크나..

book. paper + log 2018.10.24

플라스틱 지구 아래, 플라스틱 섬. 내일이면 늦으리...

[플라스틱 섬] 이명애 지음 | 상출판사(2014) ​ ​바다 저편을 바라보는 새 한 마리가 있다. 쓸쓸하다. 외롭다. 주위를 둘러싼 바다의 풍경이 고요한 가운데 황망하기 그지없다. 무엇을 저리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책 표지를 넘기자 은은한 에메랄드빛 바닷물과 회색, 검은색.. 무채색의 섬이 그려진 면지가 이야기의 서막을 여는 듯, 조용하고 고독한 바다가 보인다. ••• ​먹색으로 촘촘히 표현된 수많은 집과 빽빽히 들어찬 건물, 빌딩들. 인간이 사는 대륙의 삶이 단적으로 느껴진다. 폐타이어, 패트병, 겉으론 알 수 없는 거대한 자루들이 트럭에 실려 오고, 짐을 운송하는 사람들, 차의 표정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맡겨진 일을 하는 것이라는 듯, 냉정하고 무덤덤하게 물건을 옮긴다. 그..

book. paper + log 2018.10.23

세상 신기한 말 기억하기.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두 번째 세상에서 하나뿐인 기발하고 재미있는 표현들.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글•그림 | 시공사 (2017). ⠀⠀⠀⠀⠀⠀⠀⠀⠀⠀⠀⠀⠀⠀⠀⠀ ​ ⠀⠀⠀⠀⠀⠀⠀⠀⠀⠀⠀⠀⠀⠀⠀⠀⠀ #넌내오렌지반쪽 _ 사랑하는 연인끼리 (스페인어) #작은오리후후불기 _ 터무니없는 소리나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라트비아어) #돼지등에올라탔지 _ 만사 순조로울 때 (아일랜드어) #어떤날은꿀어떤날은양파 _ 얻는 게 있음 잃는 것도 있는 법 (아랍어) #내양떼에게돌아갈래 _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을 때 주제로 돌아갑시다 (프랑스어) ⠀⠀⠀⠀⠀⠀⠀⠀⠀⠀⠀⠀⠀⠀⠀⠀⠀ 신기하고 탁월한 표현 52개를 모았다. 작가는 영국 바스에 살며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약중.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첫 책은 '다른 나라..

book. paper + log 2018.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