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Logue 302

어린 어른, 어른 피터팬을 기억하며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읽고... 비읍이에게 린드그렌 선생님이 있다면, 나에겐 초등학교 시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선생님이 있다. 6학년 8반 어린이를 이끈 영원한 어른 피터팬, 우리 선생님의 이야기다. 6학년이 되던 해 우리는, 5학년 때 반 친구들과 함께 새 학기를 맞이했다. 개교 이래 반 편성없이 같은 반을 유지하고 새 학년을 시작한 경우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5학년 정규과정이 끝나고 봄방학을 앞두고서 그 사실을 처음으로 전해 듣고 반 전체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한 사람이라도 헤어지지 않아서 좋았고, 곧 청소년이 될 어린이로서의 마지막 한 해가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6학년이 시작되는 3월 첫날. 봄은 아직 마음을 덜 열었지만, 단합력이 좋았던 우리는 어떤 선생님이 들..

mono + log 2019.03.07

[선생님, 우리 얘기 들리세요?] _ 롭 부예

[선생님, 우리 얘기 들리세요?] (롭 부예 저 | 김선희 역 | 다른 | 2011) ⠀⠀⠀ ​ 스노힐 초등학교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7명의 아이들과 테업트 선생님의 이야기. 아이들 각자의 솔직한 시점으로 전개되는 서술 방식 덕분에 쉽게 술술 읽힌다. 친구와 부모,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야기의 중심엔 테업트 선생님이 있다. 선생님은 1달러짜리 단어 찾기, 축구장 풀잎이 몇 개일까 세어보기, 자기 맘대로 식물 키워보기, 특수반에 가서 체험해보기 등 조금 특이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준다.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한 발 멀리 떨어져서 아이들의 면면을 살피는 어른으로서 말이다. 칭찬 고리가 바닥에 닿아 드디어 아이들이..

book. paper + log 2019.03.06

손홍규 산문집 -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 [손홍규 산문집-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교유서가 (2018)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외롭고 쓸쓸한 풍경의 잔상이 아른거린다. 불빛이 켜진 도시 속에, 말할 수 없는 아린 상처를 감추고 돌아갈 곳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한 인간의 뒷모습이 보인다. 소설가가 끌어안고 눈길을 주던 무수히 많은 풍경의 조각들이, 작가 자신과 가족과 친구와 이름 모를 노인과, 사랑하는 그 어떤 것들, 그리고 활자 속의 또 다른 작가들의 뿌리에서 자라난 이야기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이 책을 읽고 남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밖에 답을 할 수가 없다. 요약된 단 하나의 문장이기보다는 저마다의 숨결이 담긴 풍경화의 이미지다. ​“길고 긴 독서 끝에 남는 건 거대한 하나의 이미지다.” (불가능한 아름다움, ..

book. paper + log 2019.02.18

파울로 코엘료- 히피 Hippie

​ [히피]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 장소미 옮김 문학동네(2019) 매직버스 타고 한 뼘 자라는 어른의 성장기 누구나, 가보지 않은 여행길에 대해 로망이 있다. 머리에 꽃을 달고 자유롭게 히피가 되어 보는 꿈을 꿀 수 있다면 바로 에 그 여정이 있으니 함께 동행해 볼 것을 추천해 본다. 파울로 코엘료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담긴 소설. 강렬한 붉은 톤 표지만큼이나 다양하고 감각적인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가장 특별한 건 20대 청년 파울로를 엿볼 수 있기 때문. 할 일이 쌓였을 땐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꿈같지 않기에 속 순례길을 따라가며 책읽은 이야기를 몇 개의 키워드 중심으로 꺼내본다. # 사랑이거나 혹은 아니거나 담광장에서 카를라와 파울로가 스..

book. paper + log 2019.02.14

[웃음이 퐁퐁퐁] 마음 속 먹구름이 드리울 땐, 깔깔바다로!

[웃음이 퐁퐁퐁] 김성은 글 ㅣ 조미자 그림 천개의 바람(2019) ​ #딩동, 웃음 메신저 도착했습니다~ 기해년 황금돼지 새해가 시작되는 설에 선물같이 신간이 도착했다. 김성은(글) 조미자(그림) 작가 조합의 [마음이 퐁퐁퐁]에 이은 두 번째 그림책 [웃음이 퐁퐁퐁]. 아기 돼지 퐁퐁이와 아기 두더지 동동이의 어울림이 예뻤던 첫 그림책 표지에 이어 이번 그림책도 둘의 콤비가 조화롭다. 표지 면을 가득 채운 함박웃음 지은 퐁퐁이의 표정 덕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책 제목을 나직하게 읊조리니 명절 증후군 따위 가볍게 이겨내라고 말을 건네는 걸까. 설 명절에 만난 퐁퐁이는 우리 가족에게 그렇게 웃음 메신저로 다가왔다. 지역 도서관에서 마련된 작가만남 자리에 참여한 적이 있는 큰 아이는 그림책을 보자마자 조미자..

book. paper + log 2019.02.13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 그림책의 대부, 존 버닝햄의 첫 그림책

얼마 전 타계하여 그림책 애호가들에게 슬픔을 안겨 준 영원한 다섯살 어른이자 그림책의 대부 존 버닝햄을 기리며.. 존 버닝햄은 첫 그림책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1963)을 수상, 그림책 작가로 첫 발을 내밀며 인정받게 된다. 후기 작품들에 비해 빨강 초록 검정 등 원색의 느낌이 강렬하고 선도 굵직굵직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저는 작가의 펜화 위에 채색한 그림책들을 더 많이 봤기 때문인지 첫 작품의 그림들이 더 특별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여섯마리의 기러기 중 제일 작고 마르고 깃털 없이 태어난 보르카. 깃털을 짜 주라는 의사 샘 말대로 엄마는 털옷을 짜서 입혀주지만 보르카는 무리에서 놀림감이 된다. 털옷이 젖기에 수영도 할 수가 없다. 날씨가 추워지자 다른 기러기들은 모두 따뜻한..

book. paper + log 2019.01.26

[파란파도] 짙은 파랑빛의 꿈 : 희망적이거나 슬프거나

[파란파도] 유준재 글 그림 | 문학동네(2014) ​​ /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들판을 보며, 강물을 보며 파란파도라는 이름을 떠올렸어. 강물이 얼어 버릴 만큼 추운 겨울이면 두런두런 파란파도 이야기를 나눴어. 하늘보다 더 푸르던 파란 털과 힘차게 땅을 구르던 굳센 다리와 얼음을 깨고 강물을 가르던 모습까지. 평화로운 날들은 또 그렇게 지나갔지. / - 파란파도 중에서. 태어나자마자 길조로 여겨진 파란 말은 영토확장을 꿈꾸는 군주에게 바쳐진다. 말은 전쟁터에서 한 팔을 잃고 군마를 키우는 노병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아 군마로 성장하고 거듭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칼처럼 매서운 하얀 눈빛과 쨍하게 빛나는 진한 파랑빛깔은 전체 그림책을 뚫을 듯이 관통하는 선명한 상징이다. 작았던 파란 말이 호된 훈련을..

book. paper + log 2019.01.22

어린이 밥 먹는 인문학 : 유준재 작가만남

어린이를 위한, 밥 먹는 인문학. @호수공원작은도서관 도서관에서 밥먹고 싶다던 아들. 오늘이 그날이다. 고기 야채 다져 볶아 실한 유부초밥 도시락 싸들고 호수공원 내 작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파란파도] [균형]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이야기. 오늘은 엄마없이 동네 형아랑 자릴 잡았다. 파란색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더니 질문도 하고, 도시락도 먹고 도란도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파란말을 찍은 종이 위에 그림도 그리고 사인도 받고. ​​ * /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들판을 보며, 강물을 보며 파란파도라는 이름을 떠올렸어. 강물이 얼어 버릴 만큼 추운 겨울이면 두런두런 파란파도 이야기를 나눴어. 하늘보다 더 푸르던 파란 털과 힘차게 땅을 구르던 굳센 다리와 얼음을 깨고 강물을 가르던 모습까지. 평..

book. paper + log 2019.01.22

꾸역꾸역

꾸역꾸역 버릇처럼 넘기고 있다 아무일 없던 듯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짙은 고뇌도 옅어질터인데 완만하게 넘어가는 시차를 견디지 못하고 덕지덕지 걱정을 붙이고 마는 어리석음. 열이 나는 아이를 지켜봐야 하는 나의 시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이의 성장 속도는 빠르고 나의 성숙 속도는 굼뜬다. 오히려 뒤로 걷는 기분. 큰 아이는 입학 후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 눈썰매장에 갔다. 땀이 차면 감기들까 싶어 스키복 안에 내복과 얇은 티 하나만 입혀 보낸 게 마음에 걸려 아침 내내 속이 타들어갔다. 해야할 게 많은 한 주였는데 역시나 하지 못한 리스트가 많다. 꾹꾹 어거지로 눌러 담은 욕망이 펑! 정상 체온을 회복한 아이에게 무자비한 악마의 샤우팅. 내가 나를 봐도 참 안..

mono + log 2019.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