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Logue 302

크리스마스 트리 페인팅

11월 마지막 프라이데이나잇 급 크리스마스 모드 가동... 4년전 산 아이템인데 재활용해도 손색없는 트리 페인팅. 올해도 유리창에 쓰윽쓰윽 눈꽃모양 틀이 있어 뚝딱 그려내고 데코 스티커는 물을 살짝 묻혀 붙이면 끝.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눈오는 밤에 세 식구 달려가 구입한 LED전구도 다시 꺼냈다. 시종일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 아까부터 지금 머하시는 거예요?" 묻던 하윤도, 기차를 그려달란다. 없는 실력이지만 그런대로 형상만 갖추게 그려넣고 불 켜주니 좋아라.... 일단 급한대로 분위기 내보기... 뭘 더 해볼까 또 고민중 ㅋ 20131129 11월 마지막 불금도 안녕.

photo + log 2013.11.30

flower + ing 11. 어느새 겨울...

flower + ing 11 어느새 겨울... 2주 전의 꽃을 이제 올리네. 아이 감기로 얼집 안간 날, 플라워 클래스까지 빠질 수 없어 꽃 재료만 찾아왔다. 샘께 속성 강의를 듣고 하윤 자는 동안 이적 새앨범 틀어놓고 작업.... 알스트로메리아를 짧게 꽂아서 애들이 축 쳐져 있어 걱정했는데 며칠 후 꼿꼿하게 줄기 세우고 꽃을 피었다. 그리고 참으로 꽃이 오래 간다. 마른 가지 사이로 움트는 생명력... 이제 땅도 나무도 쉬어야 할 때가 자연스럽게 오는가보다. 샘의 탁월한 소재 선택에 감탄하며 두어시간 남짓 되는 이 시간 힐링하고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을 또 배운다. 그래도 이 겨울, 너무 성큼 다가와 추워도 너무 춥잖아..... *오늘 만난 꽃나무들* 곱슬버들 잎섬유 오리목 은엽아카시아 안스륨 알스트로메..

photo + log 2013.11.30

윤종신 _ 우둔남녀 (with 박정현)

서관 413호 제작부 요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던문제의 그 트랙리스트.윤종신과 박정현이 함께 부른 '우둔남녀'1999년 1월 윤종신 7집 후반 (後半)에 수록된 곡. 그 해 우리는 대학에 입학했고대학방송국 수습PD 모집 광고를 보고 문을 두드렸다.요원이란 수습딱지를 붙이고 한 배를 타게 된 우리는 수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이 곳에서 보냈다.  누가 시작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누군가가 이 CD를 플레이어 위에 올려 놓았고볼륨을 최대치로 올려놓고 지겨울 만큼 돌리고 돌려 들었다. 오늘 아침.10년만에 이 노래를 듣고 울컥했다는 친구 문자를 받았다.찾아보니 네이버 뮤직에선 월간 윤종신 9월호로 제작된 새 음원만이 나오고99년 버전은 서비스가 안되고 있다.급한대로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윤종신 7집..

music + log 2013.11.27

오랜만이야, 오 나의 블랙 하이힐 롱부츠

아이를 품었을 때 처음으로 플랫슈즈 신세계에 입성하고 아이와 함께한 후로 내 발은 마치 원래 그랬던 것 처럼, 본능적으로 늘상 안전한 선택을 한다. 단화 또는 운동화 긴 생각 필요없는 매우 심플한 매치로 엔딩. 이제 아이에게 슬슬 공연을 보여줄 때가 왔다고 지난 주 토요일, 아주 작은 인형극을 보러 아이와 모처럼만에 외출을 시도했다. 남편은 올레-를 외치고 혼자만의 자유시간에 신이났다. 뭘 신고 나갈까 웬일로 아주 잠깐 고민하다 (실상, 골라 신을만큼 다양한 슈즈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신발장을 들여다보던 중에 3년 넘게 방치되어있던 오, 나의 사랑 블랙 하이힐 롱부츠와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돌릴 수가 없다. 입술이 먼저 말한다 안녕- 오랜만이야. 아이와 함께 나서는 길이었지만 더는 고민도 하지 ..

mono + log 2013.11.27

story 04. 쪼글쪼글해

story 04. 쪼글쪼글해 목욕하던 우리 아기 손가락 발가락이 쪼글쪼글해 아기는 한참 동안 제 손과 발 쳐다본다 쪼글쪼글 쪼글쪼글 따라하며 생글생글 웃는다 우리 아기 잠꼬대 쪼글쪼글 쪼글쪼글 아침잠 깨는 마법의 주문 엄마가 웃는다 아기도 웃는다 하윤은 새로운 말을 배우는 과정 중에 잠들기 전과 아침에 막 깨어났을 때 혼자서 중얼중얼하며 복습을 하는 버릇이 있다. 어느 여름 날 아침. 혼자 잠이 깬 아이가 주문을 걸듯 손가락을 펴 보이며 중얼거린다. - 쪼글쪼글 - 쪼글쪼글 - 쪼글쪼글해... 난 그 소리에 잠에서 깨고는 큭큭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꾹 참고 계속 자는 척을 했다. 전날 저녁 목욕하면서 알려준 단어가 신기했던 모양이다. 아이가 말을 한다는 건 참 기적 같은 일이다. 엄마와 아빠, 모든 가족..

chichi-coco story 2013.11.27

Pablo Casals _ Bach Cello 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1번)

올 가을의 끝은 왜 이렇게 헛헛한지 겨울이 너무 성큼 다가온 탓일까 아직 준비가 덜 된 몸은 바로 표시가 난다. 아이 코 끝엔 옅은 이슬이 맺히고 뼛 속 깊이 훅 들어오는 찬 바람이 앙칼지고 매섭다. 초가을의 설렘은 간 데 없고 늦가을의 엔딩은 왠지 쓸쓸하기만 하다. 폭풍의 언덕 위에 부는 바람이 그랬을까. 먹구름 가득 이고서 심술 가득 불어대는 먹먹한 바람은 조금의 여유도 주지도 않고 눈치없이 살갗을 파고든다. 월동 준비랄 것도 할 것 없이 세 계절 동안 옷 장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잠자던 패딩 점퍼를 꺼내고 얼얼한 손 끝을 감싸 안아 줄 가죽 장갑도 꺼내고 가을 내내 멋부렸던 스카프는 안녕, 포근한 캐시미어 머플러를 두른다. 크리스마스가 만 한달 남았으니 이제 캐롤을 좀 들어볼까 하다가 이런 날씨 이..

music + log 2013.11.26

눈곱

눈뜨자마자 울 집 강아지 하는 일. 뇌에 저장된 트랙리스트 몇번 인가를 골라 소리내어 읊고 생후부터 지금까지 들었던 수 많은 단어 또는 문장 중 떠오르는 것을 혼자 조용히 웅얼웅얼 되뇌여보며 하루의 시작을 워밍업한다. 마치 컴퓨터 화면 부팅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일어나서 행동을 개시한다. 자, 출동- ! 그러던 아이가 콜록 감기에 걸린지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 잉잉거리며 뒤척인다. "어~~엄마...눈이 안 떠져" 눈곱길이 아이의 눈을 막고 있다. 눈을 뜨고 싶어도 뜰 수가 없다. 오, 이런... 지난 여름 제 키보다 높은 분수대 물 속으로 풍덩-하고 뛰어들고 나서 눈병이 제대로 나 눈곱이 끼었던 일 이후로 두 번째다. 이번엔 감기로..

mono + log 2013.11.21

Story 03. 하늘하늘 나비처럼

STORY 03. 하늘하늘 나비처럼 자전거 타고 엄마랑 아침 산책 가요 코 끝에 닿는 바람이 살랑살랑 시원하지요 하늘하늘 하얀나비 바람결 타고 팔랑팔랑 춤 춰요 이리와- 내 손에 닿을락 말락 닿을락 말락 잡힐 듯 말듯 잡힐 듯 말듯 힘이 든 나비 토끼풀 위에 살포시 앉아서 달콤한 꿀물 쪽쪽 나도 상상해요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야채 쥬스 쪽쪽 기분 좋아진 나비가 이리와- 나에게 손짓해요 나를 친구로 생각하나봅니다 춤추는 나비를 쫓아 나도 한참동안 풀밭을 뛰었습니다 이제 다리가 아파요. 엄마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듭니다. 나도 하늘을 날 수 있을까요 하늘하늘 내 친구 하얀 나비처럼 팔랑팔랑 내 친구 하얀 나비처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 말. 아침을 먹고 10시 즈음이 될 무렵에는 꼭 아침 산책을 나..

chichi-coco story 2013.11.18

story 02. 비

STORY 02. 비 촉촉한 빗물 아기 손 끝에 톡 ! 톡 ! 톡! 아기 발 끝에 톡 ! 톡 ! 톡 ! 떨 어 진 다 엄마 뱃속 따뜻한 바닷물 손 끝에 꼬~물~꼬~물 발 끝에 꼬~물~꼬~물 물 결 친 다 하윤이가 제일 즐거운 순간은 물을 만나는 시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졸린 눈을 비비고 엄마 옆에서 화분에 물을 주는 것도 엄마랑 놀이터 다녀와서 제일 먼저 모래 먼지가 묻은 손발을 닦고 뽀득뽀득 세수하는 것도 매일 분수대로 놀러가고 싶은 것도 저녁이면 욕조 안에 “풍덩!”하고 들어가는 것도 다 물이 좋아서래요. 사실, 하윤이는 세상에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 작고 따뜻한 바다에서 어푸어푸 물놀이하고 발장구치고 헤엄치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일까요? 하윤이는 물을 아주 좋아해요. 컵에 담겨있는 물을 꿀꺽 하고..

chichi-coco story 2013.11.17

그래, 알아

그녀의 곁에 남편은 있었지만 엄마는 없었다. 어스름한 새벽녘, 진통이 시작되어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소식을 전했건만. 딸이 사는 도시로 한 걸음에 내달려올 수 없는 먼 고향에 사는 엄마는 그저 마음으로 수천번 수만번 뜨거운 기도를 올렸을 것이다. 엄마 없이 둘째 아이를 낳던, 조금은 서러웠던 날. 첫 축하 전화는 이제 막 말이 트이기 시작한 29개월 아이였다. 새벽 잠 곤히 달게 자고 있던 큰 아이의 천사같은 얼굴은 바라보고 나왔으려나 진통 간격이 조금씩 좁혀져 오는 그 순간에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다 볼 한번 매만져보고, 보송보송 솜털이 부드러운 말간 볼에 잘자렴-, 뽀뽀 인사라도 한번 하고 나왔으려나 아니면 급한대로 이모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서둘러 집을 나왔으려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비디오 테잎을 ..

mono + log 201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