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Logue 302

story 05. 개미와 초콜릿

story 05. 개미와 초콜릿 코 잠자던 아이 꿈꾸며 잠꼬대하는 소리 간지러워 엄마 긁적긁적 간지러워 엄마 긁적륵적 엄마, 개미가 초콜렛을 가지고 기어가나봐 여기 여기가 간질간질해 - 저리가 개미야 오지마 개미야 엄마가 톡 떼어내어 버리자 고마워요, 엄마 괜찮아요, 엄마 만 30개월을 꽉 채워가고 있는 요즘 아이의 언어 폭발기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며칠 전, 자던 중에 어깨를 긁적긁적거리며 웅얼거리는 잠꼬대 이야기가 너무 귀여워 키득키득 새어나오는 웃음 꾹 참고 있는데 눈 꼭 감고 아이의 몸은 계속 잠을 원하고 뭔가를 해 주어야 하기는 할텐데 어쩌지 하다 초콜렛을 가지고 기어가는 개미를 떼어주는 시늉과 함께 대사를 읖자 곧 이내 알아듣고, 고마워요 엄마- 하고는 다시 잠에 든다. 아이는 올 가을들어..

chichi-coco story 2013.12.12

Lisa Ono_White Christmas

아이와 함께 맞는 세 번째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두고... 스윗홈 캐럴모드는 이미 한 달 전부터 가동하고 있었지만 12월, 그것도 점점 그 날이 가까워질수록 설렘 충만 백퍼 그 이상... 결혼 후 첫 해엔 공연일 하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연말엔 무작정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떠나 새해를 맞았다. 내 평생, 다시는 이런 지름신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 첫 해엔 눈이 퐁퐁 내리는 이브날 응급실을 달려가야했다. 두 번째 해엔 세 식구 고속터미널로 밤나들이 갔다가 함박눈이 쏟아지는 터에 강남역 한복판에서 꼼짝없이 한 시간여를 차안에서 있어야 했다. 올해는 또 어떤 에피소드가 기다리고 있을까. 찻길 위험해지고 빙판길 걸음 두렵지만 난 여전히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 추운 날씨는 끔찍히도 싫지만 온 ..

music + log 2013.12.10

ilustration by Yara Kono

어제 나의 처절한 그림'짓' 이 결국 내 마음 길에 후유증을 남겨버렸다. 그래도 멈추는 건 좀 비겁하지. 눈에 보이진 않는 시커먼 괴물 '두려움'과 마주하고 난 뒤 일러스트레이터 야라 코노 스윗한 그림이 분노와 좌절로 얼룩진 나의 마음길 살살 달래준다.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이 즐거움과 온기. 이럴 땐 꽃보다 아메리카노보다 코코아! 브라질 상파울루 태생의 야라 코노. 이력이 재미나다. 생화학 전공자인데 다시 일본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2000년 데뷔, 일러스트레이터와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고. 아이가 계란 홀릭, 늘 계란을 톡! 터뜨려야 하는 하윤과 닮았다. ^^; 빠르게 휙휙 돌아가는 엄마의 팔! 아 너무 사실감 넘쳐!! 아이는 두발 자전거가 아닌, 아직은 보조바퀴를 달고 달린다. 표정 변화가..

illust + log 2013.12.04

마음 길의 시작과 끝

태어나 처음으로 그림 과외를 받으러 가는 날. 호기심 반 관심 반으로 저지른 게 시작이었는데, 날이 다가올수록 점점 호기심과 관심의 영역은 줄어들고 두려움과 불안함이 커져가고 있었다. 사실 ...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고이 접어놓지 않고, 결정하고 최종 선택하기까지 다 나의 뜻이었거늘... 방금까지만해도 '과외 받으러 간다' 라고 누군가에게 배우러 간다고 자연스레 내 스스로를 낮추는 내 자신이 보인다. 이미 '기'가 한 풀 꺾였단 이야기다. 그러니 그 뒤따라 오는 생각의 길도 힘이 없다. 전공이 아니네, 해 본 적이 없네 (이건 사실 맞다) 그림보다는 글을 더 즐겨 쓰고 좋아했으니 어떤 기준에서건 못하는 건 당연지사인데, 그 순수한 있는 그대로의 사실조차 '정말 그러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자체를 내 몸은..

mono + log 2013.12.03

엄마의 유자차

요 며칠 전 친정 집에는 달콤 새큰한 향기가 진동을 했다. 엄마의 고향 전남 고흥에서 한 지인이 보내주신 유자 한 상자 때문이다. 집에 유자가 도착한 것을 보면 때는 12월을 앞둔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이다. 굳이 달력을 보지 않아도 김장 시즌과 맞물려 유자차를 재워두는 월동 준비를 할 때가 왔다는 걸 말한다. 분명히 휴일이지만, 몸의 게으름이라고는 눈꼽만큼도 허락할 수 없는 엄마는 싱크대를 박박 닦아 반짝반짝 윤을 내고 나서 청량한 물을 가득히 담는다. 상자 안의 유자가 몽땅 차가운 물에 입수하기 전 의식인 게다. 고흥에서 우체국 택배 상자에 실린 채 서울까지 먼 거리를 한 순간에 이동한 유자들은 새초롬하니 엄마에게 온 몸을 맡기고 말간 노란 빛깔의 얼굴을 내민다. 티 하나 없이 완전히 매끈하고 완벽..

mono + log 2013.12.02

레몬이 있는 방 안 _ 이영희

레몬 두 알이 숨쉬고 있다. 어스름때의 번화가에서 사들고 온 이 과일은, 밤이 깊어서야 더욱 싱그러운 향기를 뿜어낸다. 꽃향기와는 달리, 어딘지 알찬 부피를 느끼게 하는 매끄러움. 그리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대로, 여인의 지성과 같은 것을 일깨워 주는 숨결이다. 단지 레몬 두 알만의 향기로 가득히 채워지는 이 작은 방안의 의미를 헤아리다 품에 스미는 가을을 절감한다. 레몬은 운향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의 열매다. 희고 가슴이 메이도록 향그러운 오판화에 맺히는 이 실과는, 두꺼운 껍질안에 차라리 향기만을 성숙시킨다. 같은 과의 과일인 귤이나 오렌지에 비겨 보아도, 그 과육은 도무지 빈약할뿐더러 산미가 많아 그대로는 식용하기 어렵다. 살이라곤 말뿐, 떫고 질기기만 한 모과도 향기는 탐스럽다. 그러나 달고 우아..

book. paper + log 2013.12.02

이 겨울의 시작, 12월 1일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누구와 만나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솜구름 널린 하늘이더라 고은 「순간의 꽃」 중에서... 12월 첫날, 하나가 되기를 선언한 커플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아끼는 막내 여동생 시집 보내는 기분이랄까. 실제로 그녀는 딸 셋 중 막내딸이다. 차 트렁크에서 막 꺼낸 듯 따끈따끈 러블리한 풍선품고 사랑해 외치는 신랑 2층에서 프로포즈받는 행복한 신부 신부가 된 셋째 딸아이의 손 잡은 아버지 난 이 뒷모습이 그렇게 짠할 수가 없다... 홀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음악처럼 "지금 이 순간" 의 그 감동과 행복 영원히 간직하시길... 축복합니다 ^^ 2013. 참 예쁜 12월 1일.

mono + log 201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