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그렇듯, 일기쓰기 과제가 꼭 있었다. 사실 말이 일기쓰기이지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의 글로 표현된 사유 자체를 지위와 권력을 가진 이에게 제출하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행위는 아니리라. 하지만 굳이 이렇게 심각하게 해석하지 않아도 일기는 글쓰기라는 작은 생활의 습관을 만들어주는 연습이자 하나의 도구일게다. 개인 취향의 정도차이는 분명 있겠으나 남 앞에서 말로 표현하기를 실로 두려워했던 나로서는 꽤 효과적으로 먹혔던 장치인 것 만은 확실했다. "일기가 좋았어요" 라기 보다는 "쓰는 일이 그리 나쁘진 않았어요" 이 정도의 늬앙스. 그러나 일기쓰기 방학 과제는 "나쁘진 않지만 밀린 일기는 쥐약이었어요"라고 말하겠다. 방학 시작과 함께 첫 며칠은 학교에서 해방되어 맘껏 놀아도 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