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Logue 302

a waltz for a night (Julie Delpy) _ 비포 선셋 Before Sunset

얼마 전, 비포 미드나잇을 보고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비포 선셋을 보았다. 이 흐름대로라면 며칠 뒤 난 비포 선라이즈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다.시. 볼 거라면 1, 2, 3편을 차례로 보는게 시간의 흐름, 두 연인의 변화, 그리고 나의 변화를 좀 더 쉬이 볼 수 있을텐데 굳이 거꾸로 타임머신을 타는 선택을 한 건 왜지. 9년 전, 그로부터 또 9년 전 무려 18년이나 이어온 제시와 셀린느 그 둘의 시간을 내가 이렇게 다시금 거슬러 보게 되는 건 왜일까. 비포시리즈 - 비포 선라이즈(1995) / 비포 선셋(2004) / 비포 미드나잇(2013) - 작품이 더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그 둘의 감정을 좀 더 깊이, 좀 더 가깝게 이해하게 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비엔나에서의 첫 만남과 헤어짐..

music + log 2013.10.02

way back into love _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and lyrics)

2007년에 나온 이 영화를 너무 띄엄띄엄 보았나보다. 기억하는 거라곤 고작, 휴 그랜트(알렉스)와 드류 베리모어(소피)가 함께 만든 way back into love 이 음악 하나라는 거. 이게 전체 줄거리인 건 맞는데, 다시 보니 이야기 속 디테일 하나하나 완전 새롭게 첨 보는 느낌. 늦게라도 이 영화의 잔재미를 알게 해준 남편에게 감사하며... 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길을 거닐고 고민하며 데모를 만드는 장면은 꼭 내가 그 속에 있는 기분이다. 만들어 가는 재미,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 물론 그 안에는 창작의 고통과 스트레스가 따르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동안 불안한 감정은 점점 사그라들고 몰입하는 두 남녀의 열정만이 남아있음을 보게 된다. 실제 창작이 꼭 이렇지만은 않다는 거 단 몇 ..

music + log 2013.09.30

천사의 나팔꽃

동화 속 소인국 키 작은 꼬마의 눈빛으로 거대한 나팔과도 같은 조심스레 꽃잎을 만져본다. 톡톡톡 비라도 내리면 또르르 구슬방울 모아 한 모금 목을 적시고 다시 해가 반짝이면 멋드러진 고깔모자 쓰고 피터팬 친구처럼 날아볼까 잠시 꿈을 꾸다 나팔 모양이 신기한지 얼굴을 깊숙히 담고 그윽히 바라보던 아이의 따따따- 하는 흥얼거림에 찰나의 꿀잠에서 깨어났다. 밤이 찾아오면 고운 얼굴을 들고 오늘도 수고했다 말하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가 달빛을 보고는 꽃잎을 스르르 닫고 동물들의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겠지 눈부신 아침이 오면 조용히 기지개를 켜고 꽃잎을 스르르 열고 간밤 맑은 이슬로 세수하고 다시 천사의 얼굴을 하고 사람들을 기다리겠지 동물원, 키 작은 사람들 -꼬물거리는 아가들 하트 하트 연인들 걸음이 ..

photo + log 2013.09.28

그냥 아주 작은 배려

미칠듯 쏟아지는 졸음과 메스꺼움, 만삭의 무거운 배와 힘겨루기 하던 임산부 시절을 거쳐 만 두돌하고도 삼개월 지난 아이를 키우는 지금까지 나는 주로 버스, 지하철,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을 애용해왔다.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다소 수고로움이 따르지만 대체로 편리하고 약속시간을 칼같이 지킬 수 있기 때문. 낮 시간대에는 버스 좌석 중 분홍색의 임산부석이 비어있거나 지하철에도 노약자석 및 일반 좌석에도 여유가 있는 편이라 이용이 한껏 수월하다. 기사와 승객들의 배려와 친절 마인드 또한 기본 이상이다. 돌 전후로 아이를 아기띠에 안고 다닐 때든, 지금처럼 걸을 수 있지만 힙싯에 앉혀 데리고 다닐 때든 버스나 지하철에 여유 좌석이 없는 경우 아이를 낳고 키워본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먼저 양보를 해 주..

mono + log 2013.09.25

flower + ing 03. 가을꽃다발

flower class 03. - 라운드 부케 (Round Bouguet / Strauss) 수줍게 물들어버린 한아름의 가을꽃다발. 바람따라 나긋나긋 흔들리는 바닷갈대. 여리여리하게 아름다운 리시얀사스와 장미 그리고 노오란 작은 수국. 가. 을. 그리고 비...... . . . . . . . ******************* 오늘 만난 꽃들. 바닷갈대 장미 리시얀사스 소국 층층이꽃 촛불 맨드라미 광나무 열매와 셀렘 2013.09.24 @oulim art center

photo + log 2013.09.24

부디..... _병원에서의 단상

병원 로비에서 까슬까슬 웃자란 짧은 민머리의 환자를 보았다. 아마도 항암치료 중인 걸로 짐작되는 여인은 가족의 손에 의지하여 병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다가서고 있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 ...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눈의 초점은 갈 곳을 잃고 멍하게 어딘가를 죽은 듯이 잠잠히 바라보고 있다.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은 이미 여인의 의지가 아니다. 가족에게 붙들어진 팔짱 조차도 온기가 없이 서늘하다. 모든 걸 다 잃은 정지된 영혼.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몸. 다음 날 로비에서 또 마주친 여인. 어제와는 다른 이의 손을 꼭 잡고 터벅 터벅 똑같은 걸음으로 지나간다. 여인의 심장은 어제와 같이 똑같이 뛰고 있을 터. 참으로 힘든 사투를 버티고 있는 여인은 살아있는, 아름다운 생명이다. 부디, 꼭 부디 ..

mono + log 2013.09.24

소아병동에서의 4박 5일 03

#1. 퇴원예정일 새벽 2시 & 34.4도. 새벽 2시. 잠이 쉽게 들지 않아 뒤척이다 아이를 살펴보니, 평소 땀이 많은 아이의 체온이 심상치 않다. 온몸엔 이미 땀이 흥건하고. 시트며 옷이며 다 젖고 문제는, 34.4 저체온이다. 비염알레르기 사투중인 남편도 약먹고 숙면중이라 전화안받고 심장 튀어나오기 직전. 급하게 저체온 관련 폭풍검색하며 정보를 찾아본다. 간호사 불러 체온 다시 확인케 하고, 항생제 주사 거부했다. (열이랑은 직접연관없어도 이건 너무 저체온이라 불안해서) 겨드랑이 체온으로 다시 정확히 재달라 요청, 여전히 34.4-7도. (내가 요청하기 전까진 간호사가 귀체온계로만 체온을 쟀다. 아마도 대부분의 병원이 그럴 것이다. 겨드랑이 체온계의 경우 제대로 밀착시켜야 정확히 잴 수가 있다. 자..

mono + log 201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