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Logue 302

소아병동에서의 4박 5일 02

#1. 아자 아자 아자구. 토욜 이른 아침. 때맞춰 병원밥이 오고, 약간의 부산스러움으로 아이가 깼다. 평소같으면 먼저 일어나 "엄마, 밥 줘요. 밥~" 할텐데 내가 먼저 밥을 권하니 그제사 먹겠단다. 감기를 앓고 열이 오르기전까지는 밥양이 늘었었는데 아직 열도 있고 입맛도 없는지 밥은 몇 숟가락 먹는둥 마는둥 결국 내 차지가 되어버린다. 답답해하는것 같아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시켜주니 깔깔대는 아이들 웃음 소리 그치지 않는 유아 놀이방에 시선이 멈춘다. 기어이 악어와 미끄럼틀을 타겠다고. 수액걸이 꼬일까봐 엄마는 전전긍긍 식은땀 난다. 아휴.... 병실로 향하니 "아자 아자 아자고" (나가자 나가자구). 주말이라 사람없는 1층 로비로 향하니 아예 입구쪽을 가리키며 "저쪼기, 저쪼기, 아자 아자" (저쪽..

mono + log 2013.09.24

추석연휴 전야, 소아병동에서의 4박 5일 01

#1. 고열과 미열 사이 새벽. 잘 자는지 짚어본 아이의 이마가 뜨끈하다. 목감기약으로 처방받은 해열제 약을 먹인다. 38.8도의 고열은 2시간 정도 지나면 37도 중후반의 미열을 유지한다.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체온은 오르기 시작한다. 흠... 느낌이 좋지가 않다. 아이는 이렇게 고열과 미열 사이를 오가며 집에서 3일을 버텨주었다. 그 사이 40도에 가깝게 열이 올라 응급실에는 이미 두 번 출석했지만, 해열제 약을 복용하고 있던 터라 호흡기치료만 받고 귀가를 거듭했다. #2. 고열 3일째 세 번째 응급실 아파도 잘 놀고 잘 먹던 아이가 "엄마, 엄마" 부르며 보채기 시작한다.비염 알러지와 사투하느라 휴가중인 남편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애를 들쳐안았다. 세 번째 응급실행. 웬만하면 입원은 피하고 싶었고, ..

mono + log 2013.09.24

flower + ing 02

flower class 02. - 돔 형태 (Dome Shape) 기다랗고 키가 큰 식물들을 만났다. 첫인상? 낯설다. 그리고 어렵다. 미션 역시 어렵다. 곱슬버들과 노박덩굴로 구조물을 만들어 입체감을 주고 둥근 돔 모양으로 꾸며주기. 그저 예쁜 꽃만 다루는 줄 알았던 나. 생각이 정말 심플함의 극이었구나. 또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자꾸 주변을 의식하는 나. 샘의 설명을 듣고 난 뒤엔 여전히 멈칫, 머뭇머뭇, 두리번거리다 과감히 도전, 갸우뚱, 다시 도전.... 계속 이러한 과정의 무한반복이니 두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오늘도 마음만 앞서는 초보는 샘의 안목과 도움을 빌려 두번째 플라워데코를 마쳤다. 뭔가 아쉬움- ******************* 오늘 만난 꽃들. 백중/기린초/주황 맨드라미/장미..

photo + log 2013.09.11

Kings of Convenience - Cayman Islands

지난주 난생 처음 가을꽃으로 테이블 센터 피스를 만들어 보고 나의 첫 꽃을 부모님께 드리고 왔다. 실제 꽃을 보시면서 울 엄마 "생화니? 예쁘다. 오래갈까?" 하셨는데 사진이 올려진 내 카스를 보고 댓글을 남기셨다. 「엄마는 꽃을 보면서 우리딸. 생각 많이 했다. 애기 키우며서. 정신 없이. 가버린. 세월. 내 딸도. 나이를. 먹어구나. 하고. 고맙다」 맨질맨질한 스마트폰 화면 위에 굳은살이 배긴 두 엄지 손가락 끝으로 엄마가 틀리지 않게 조심스레 그리고 정성스레 담았을 한 글자 한 글자가 계속 꿈틀거린다. 띄어쓰기 두 번에 자동으로 찍힌 마침표가 꾹꾹. 받침빠진 글자엔 애틋함이 그 빈 자리를 묵직하게 메운다. 그 글을 다시 보며 중간 중간 쉼호음을 해가며 엄마가 말하듯 입으로 조용히 읊어본다. 띄엄....

music + log 2013.09.09

movie _ 잡스 ... 에 대한 이모저모 메모들...

[창조의 열매,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잡스 & 스티브 워즈니악] 수요일, 아바타 이후 근 3년만에!!! 남편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참 크나큰 충격일 수 있겠으나 뭐 내가 극장에서 조금 멀어졌을 뿐 영화와 거리를 두었던 건 아니니 더는 부연설명도 의미부여도 안하는 걸로- 내가 선택해 우리가 본 영화는 잡스. 프로그래머 개발자 출신의 그에겐 첨부터 so so한 선택이었을테고,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사후 계속 언급되던 영화가 이제사 개봉된 것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모처럼 여유부리며 단둘이 노닥거리며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타이밍이 맞았을 뿐. 서두를 이유도 없었기에 시작 10분전에 티켓을 끊고 모처럼 (잘 먹지 않는) 달콤한 팝콘과 콜라까지 살 여유마저 그저 낯설고 신기..

scene + log 2013.09.07

movie _ 비포 미드나잇

오 마이 갓! 이 둘 결혼한거야? 이걸 알기까지 영화의 흐름상 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고 숨이 멎을 뻔했다. 시간이 되면 누군가는 떠나야 하는 아슬아슬 아련하고도 애틋한 로맨스가 있던 자리에 그 간의 시간이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적인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섹시한 에단호크도 청순 풋풋한 줄리 델피는 없지만 부부로 긴 여정을 함께하는 더 어른이 된 제시와 셀린느를 그.리.스.에서 만나서 더 좋았다. 여전히 티격태격 종알종알 미주알 고주알... 나도 그렇게 살고 싶네 ^^ 12년 전 첫 만남, 지금도 현재진행중인 나도.. "우린 누군가에게 참 소중하지만 잠시만 왔다가는 거예요" we appear, and disappear 영화 속 식사 자리에서 오간 대화 중 어느 할머니의 말이 계속..

scene + log 2013.09.05

시간을 파는 남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_ 내일보다는 오늘, 바로 지금!

인생에 대한 중간 결산 우리 삶에도 대차대조표가 필요해! "삶을 결산하는 건 왜 죽는 순간에 이르러야만 하게 되는 걸까? 왜 우리는 임종 순간까지 인생의 결산을 미뤄야만 하지?" TC 는 사람들이 삶의 끝에서야 인생의 결산을 한다는 암환자 전문의 말을 듣고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그려본다. 10년 동안 매해, 같은 회계년도 중에도 수시로 했던 일이 결산이었다. 결산이란게 회사를 청산할 때만 하는 걸로 알았다. 자기 인생에 대입해 볼 생각은 털끝만큼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어렸을 적 품은 개미연구에 대한 꿈은 영원히 잃어버린 채 기계처럼 일만 해 온 자신을 보았고, 생의 마지막 순간 죽음 직전까지 그는 손실과 지불유예, 완전 도산으로 생을 결산하게 되리라 깨닫는다. 지금까지의 삶은, 자신의 소중한 꿈을 이룰..

book. paper + log 2013.09.05

flower + ing

올 가을엔 정서적 사치 좀 부리기로 했다. 전엔 손톱만큼도 없던 취향이 왜 막 돋아나는건지 암튼. 자, 플라워링 시작. 가을빛 머금은 꽃들. 저마다 너무 예뻐서 어디에 자리잡아야 할지 머뭇머뭇 조심조심... 샘의 도움을 받아 다듬어진 첫번째 테이블 센터 피스. **************** 함께한 꽃들은, 다알리아 메리골드 해바라기 소국 강아지풀 자리곰 유카리... 2013.9월 셋째날. @oulim art center.

photo + log 2013.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