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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듣는 시간] 을 읽고...

greensian 2018. 11. 1. 23:22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온 '보고 듣고 말하는 것'에 대해 수지와 한민의 시각으로 되돌아봤던 시간. 햇살 좋은 노란 가을날, 좋은 친구가 되어 준 [산책을 듣는 시간]. 주변 인물 또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마주하고 있음에 조용한 응원을 보내며...

일단, 따뜻한 색감에 홀릴 수 밖에 없는 표지의 느낌과 스토리텔링이 너무 좋다. 커다란 헤드폰을 쓴 소녀, 골든레트리버와 나란히 거니는 소년의 산책길이 너무 예쁘고 다정하다. 차가운 바람결에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이 가을과도 너무 잘 어울린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세상을 당차게 걸어가는 수지와 한민의 모습이 지금을 살아가는 철든, 혹은 철들지 않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수지와 한민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꼭 당연시된 모든 관념의 두터운 옷자락을 홀랑 뒤집어서 작은 먼지까지도 탈탈 털어제끼는 기분이다. 세상엔 당연한 것도, 당연하지 않은 것도 없는, 모순과 모순이 혼재되어 있음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두께조차 측정 불가한 고정관념이라는 커다란 장벽을 지어놓은 우리 자신에 대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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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초고를 4년간에 걸쳐 고친 작품이라는데 갈무리 해 둔 명문장이 너무나 많다. 단순히 문장에 그치지 않고 문단을 통으로 간직해두고 싶은 심정. 좋아하는 걸 모두 다 써버렸다는 작가의 말이 백파 공감되는 게, 정말 모두 다 하나같이 붙잡아두고 싶은 말들이라 언제고 꺼내고 펼쳐보고 음미하고 싶다. (덕지 덕지 붙어있는 라벨 테이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날잡고 노트에 꼭 필사를 하리라-

청소년 소설이지만 굳이 대상 독자층을 한정하지 않고 어른들이 보면 좋을, 아니 꼭 봐야할 책이라고 강추하고 싶다.

(완벽히 정리해서 올리고 싶은데, 이 또한 오늘의 욕심....
어쨌든,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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