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맘 5

[선인장 호텔]

​ 2학기 리딩맘 두 번째 시간, 선인장호텔 브렌다 기버슨 글 | 메건 로이드 그림 | 이명희 옮김 마루벌 (1995) ⠀ 볼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그림들. 새롭게 읽히는 문장. 세밀하고 세심한 터치와 부드럽고 따스한 색감, 시간의 흐름을 차분히 침착하게 쓰다듬어주는 글의 호흡이 너무 좋다. 읽을수록, 읽을 때마다 감동... 상상도 안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키가 자라나는 선인장을 볼 때마다 아이들 눈도 휘둥그레. 탄성을 내지르고 집중하는 눈빛이 참 예뻤다. ​ *책 속에서 * 오십 년이 지났습니다. 선인장은 엄마 키 두 배만큼 자라 늙은 팔로버드 나무 옆에 곧고 늠름하게 섰지요. 그리고 태어난 뒤 처음으로 하얗고 노란 꽃을 꼭대기에 피웠답니다. 그때부터 선인장은 해마다 봄이면 꽃을 피웠습니다. 그것도 ..

book. paper + log 2019.10.02

[짝꿍] [위를 봐요]

​​ 지난달 스승의 날, 학교 리딩맘 시간에 [고맙습니다 선생님] 책을 들고 갔다가 진땀을 뺀 적이 있다. 그간 몇몇 속닥거리는 친구들은 있었지만, 그날따라 더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교실. 목소리를 더 크게 내 봤지만 글밥도 꽤 많아 읽는 나도 집중이 어렵고, 듣고 싶어하던 아이들도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샘 목소리가 안 들린다며 짜증을 냈다. 완독하고 끝이 났지만 귓등 아래로 땀에 흠뻑 젖은 채 쭈그리가 되어 교실을 나섰다. ⠀⠀⠀ 분명 좋은(!!) 책이었지만, 그날 나의 픽은 실패였다. 😰😭😪😪 그러고 나서 책 선정이 너무 어려워졌다. 책읽어주기 1년반만에 닥친 위기! 아예 그냥 재미, 유머 위주의 책만 가져갈까 고민되고, 아이들이 그 시간을 싫어하면 어쩌나 두려워 졌다. 그리고 책을 고르며 자주 멈칫..

book. paper + log 2019.06.05

엄마 까투리

​ 엄마 까투리 권정생 글 | 김세현 그림 | 낮은산(2008) ⠀⠀⠀ * 꿩 병아리들은 그래도 뿔뿔이 흩어져 모이를 주워 먹다가는 밤이면 앙상한 엄마 까투리 곁으로 모여들어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 냄새가 남아 있는 그곳에 함께 모여 보듬고 잠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엄마 까투리는 온몸이 바스라져 주저앉을 때까지 새끼들을 지켜 주고 있었습니다. * ⠀⠀⠀ 이번주 어버이날 아침, 리딩맘 시간에 들고간 책. 늦게 등교한 아이들이 자리에 앉는 사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점점 차분해지고 엄마 까투리와 꿩 병아리의 이야기에 차츰 빠져드는 몰입감이 극에 다다랐다. "(산불때문에) 고기가 되는 거에요? "안돼..." "어떻게..." 여러 반응 속에 한 아이의 마지막 말 한마디가 내 맘속에 깊이 가라앉았다. "병아..

book. paper + log 2019.05.10

<꼬마 건축가 이기 펙> & <앵무새 열마리>

⠀⠀⠀​ 간밤 내내 꿈을 꿨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러 가는 날인데 지각하는 꿈. 타임 슬립 아니고서는 아무리 한달음에 달려가도 이미 늦어버린 시간. 2학년 올라간 아이들이 리딩맘 시간에 접하지 않은 책을 고르려고 애쓰려다 그만 너무 고뇌한 탓인가보다. 지루하지 않고, 좀 더 재미나고, 아이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될만한 책을 고르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어렵다. ⠀⠀⠀ * 오늘 읽어 준 두 권의 책은 그리고 ⠀⠀⠀ 가끔 생각한다. 내 어릴적 경험치만으로 세상을 바라 보고 아이들을 대하는 건 아닌지. 에도 과거의 경험으로 아이들이 누리고 펼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싹둑 잘라버린 선생님이 나온다. 그 누구의 모습일 수 있는, 평범하고 재미없는 어른의 전형으로 말이다. 책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선생님을 비판하고 이..

book. paper + log 2019.04.11

모두를 위한 케이크

모두를 위한 케이크 (2018, 미디어창비) 다비드 칼리 글 | 마리아 덱 그림 | 정화진 옮김 여러 책을 빌려다가 오랜 고심끝에 드. 디. 어. 2학기 첫 리딩맘 첫 책을 골랐다. 결정장애인 엄마를 도와 최종 선택은 99.9% 아이의 기여 덕분이다. 재미있고 빵빵 터지는 책이 뭔지 리딩맘 선배들께 조언을 구해볼까 하다가 이번 1학년 친구들은 처음 만나는 자리이니 책을 통해 매주마다 만나며 차근히 친해지면 되지 않을까 욕심을 좀 내려놓았다. 그림이 예쁘고 매력적이고 색감이 좋은 책 거기에 생각할 만한 주제도 있는 책인 것 같아 마음이 살짝 기울었는데 다행히 아이랑 통했다! ​모두를 위한 케이크 ​ 오믈렛이 먹고싶어진 생쥐. 달걀이 없어 이웃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기로 한다. ​짠! 모두 여덟 조각이면..

book. paper + log 2018.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