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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페스타 엔딩

​ 흙 속에서 씨앗이 싹 트고 떡잎이 자라고 자라 덩굴을 뻗고 송글송글 솜털 맺힌 작고 여리한 꽃망울이 제 꿈을 피울 준비를 마친다. 깊은 밤 그리고 한줄기 빛을 벗삼아 꽃잎을 열기 시작할 때 신비로움이란. 신비로운 자주빛을 품은 고깔같기도, 딸기맛 시럽을 나선형으로 장식한 아이스크림같기도. (2019.9.6 instagram) ​ 늦여름에 피어나던 나팔꽃 엔딩은 끝이 났다. 씨앗이 맺혔던 것도 이미 몇 주 전. 과거가 되어 버렸다. 꼬망과 손 잡고 어린이집과 우리집을 오고 가는 길, 하루 하루가 달랐다. 새롭게 피어나고 지고 다시 피어나고 또 지고... 가을 장마와 태풍이 지나가는 중에도 꼿꼿이 제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제 일정을 다하는 소명. 카메라폰에 사진을 담으려 잠시 멈추었을 때 "꽃이 참 예쁘..

photo + log 2019.09.30

고양의봄. 벚꽃 동산에서.

​​​​​베란다 너머 동산은 언제 꽃이 필까 매일을 내다보았다. 나무 위쪽만 꽃망울이 터져 연분홍 핑크뮬리처럼 보이다가 며칠 새 활짝 피었다.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들어 벚꽃 피크닉이 한창이던 어제 토요일. ​ 돗자리를 펴고 쉬고 있는데, 바로 옆에 벚꽃이 예쁘게 핀 나무를 찾아 온 아빠와 딸이 보였다. 나무에 걸려있는 이름표를 확인하는 걸 보니 나무의 가족이었다. 부러운 눈빛으로 나무의 주인이신가보다 했더니, 11년에 태어난 딸아이를 위해 이듬해 봄 기념식수 행사에 참여해 나무를 심었다고. 아빠의 허리께에 닿을 만큼 훌쩍 자란 아이는 벚꽃이 핀 나무 아래서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어린 묘목이 예쁘게 자란 걸 딸에게 설명하기 바빴다. 사진을 다 찍은 아이는 벌..

photo + log 2019.04.14

비 온 뒤 노랑

​ 비 온 뒤 노랑! 은근 기다렸는데, 프리지아 없는 봄은 서운하니까, 내 돈 주고 꽃 사기. 올해 첫 꽃. 지하철 역앞 꽃가게에서 한 단 사서 돌아섰는데, 다시 총총총 돌아가서는 "한 단 더 주세요. "하고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예쁜걸로요~" "왜, 누구 선물하고 싶은 사람 생각났어?" 단번에 마음을 읽어내린 주인 아주머니가 물으신다. ⠀⠀⠀ 얼마전 리뉴얼 마친 동네카페에 슬쩍 건네고 집으로 오는 길. 꽃샘추위 방심하다 콧물 그렁그렁, 목은 따끔따끔한데도 기분은 날씨처럼 비 온 뒤 맑음! ⠀⠀⠀

photo + log 2019.03.23

나의 소울 푸드는

오늘 아침 아빠가 가져다주신 엄마표 백김치. 기운도 입맛도 없고 그 어떤 걸 해도 별로 기력이 생기지 않을 때, 떨어진 기를 바짝 세워 올릴 나만의 처방전은 다름 아닌, 엄마표 김치다. 달큰 시원하고 아삭아삭 깔끔한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침이 고인다. 음~ 다시 입맛이 돌아온 게 확실함. 오늘은 커피 말고 백김치 국물을 호로록 호로록 ~ 들이켜도 모자란 하루 ㅋㅋ(사과, 배, 양파, 고추, 쪽파, 홍갓 아낌없이 다 들어감) ⠀⠀⠀⠀⠀⠀⠀⠀⠀⠀⠀⠀⠀⠀⠀⠀⠀ 제일 기쁜 건, 물 흐르듯 너무 아무렇지않게 새해를 맞이한 탓에 급 찾아온 무기력감, 오늘부터 자동 해제됐단 사실! ⠀⠀⠀⠀⠀⠀⠀⠀⠀⠀⠀⠀⠀⠀⠀⠀⠀ ​

photo + log 2019.01.16

성탄미사_ 세상에 내려 온 참빛 _ merry christmas!

_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 ⠀⠀⠀⠀⠀⠀⠀⠀⠀⠀⠀⠀⠀⠀⠀⠀⠀⠀ ​ 성탄 대축일 낮 미사에 다녀오는 길에- 꼭 눈이 올 것만 같은 공기였는데, 그저 바람이었을까. 주말을 보내고 예년보다 차분히 맞이한 크리스마스. 게으른 지난 날을 돌아보며, 복잡했던 마음을 내려놓기로 한다. 성가대의 온 마음과 정성을 담아 낸 성가에 모두가 기립박수로 화답하고, 미사가 끝난 뒤에도 아름다운 소리는 꽤 오래동안 이어졌다. 오늘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을 성가대에 감사를 전하며👍👍👏👏👏🎄 ​ 화정동성당 _ 이냐시오 성가대 ​ 말씀이 사람이 되셨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네. (요한 1, 14) ⠀⠀⠀⠀⠀⠀⠀⠀⠀⠀⠀⠀⠀⠀⠀⠀ ​ 미사를 마치고 내려와 소원나무에 카드를 적어놓고, ​ 성당을 나서기 ..

photo + log 2018.12.25

있으려나기회?!! (feat.요시타케 신스케 작가)

⠀⠀⠀⠀⠀⠀⠀⠀⠀⠀⠀⠀⠀⠀⠀⠀⠀ ​​​겨울들어 제일 춥다는 어제. 아점 먹고 이불 속에 다시 기어 들어가 사람 많은 곳인데 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온 식구 다? 나만? 큰아들이랑만? 고민하다 결국 아들이랑 꽁꽁 싸매고 기어이 광화문 출격. 작가 만나 사인받으러 대형문고 찾은 적은 태어나 첨이다. 출발할 때 시간이 좀 불안불안하긴 했는데 아들이 조아하는 책 작가님이다보니 책을 챙겨 컨버스백에 담아 들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춥지만 미세먼지 없는 맑는 공기라면 얼마든지 괜찮아! 2시 좀 넘어 도착하니 오마나! 번호표 배부표는 끝나고! 애초 백명에 현장 추가로 40명 총 140번까지 나누어 주었단다. 가드라인 앞에 발 동동 구르며 서 있던 울 동네 도서관 친구 엄마와도 상봉! 혹시 모르니 끝까지 함께 기다려보..

photo + log 2018.12.09

때 이른 겨울, 11월의 설국

​ 여느 때 보다 좀 이르게 마주한 11월의 설국. 새 아침 고요한 풍경이 한 겨울 크리스마스보다 더 큰 설렘을 남기고 캐럴과 커피의 조합은 더할나위 없이 따뜻했다. ​여기, 겨울왕국... 하이드파크 부럽지 않은 우리 동네 공원. ​도서관 가는 길, 빨간 산수유 나무도 하얀 이불 살포시 덮고... ​자연이 빚은 미리-크리스마스 트리 캐럴 & 커피. 참 좋은 참 예쁜 짝궁. @Allumare Coffee p.s 하트가 못내 아쉬웠던 카페 사장님께, 제 눈에는 탐스럽고 더 따뜻하여 올립니다^^ #겨울 #설국 #11월에 눈이

photo + log 2017.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