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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초록초록

마상공원 작은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새 이리 볕이 따뜻한 봄이 온걸까. 햇살이 좋은 아이들이 벌써 집이냐며 남편이 운전해 타고 온 차에서 내리며 적잖이 아쉬워한다. 공원 한 바퀴 돌까? 말 한마디에 금세 총총 달리는 두 녀석. 초록이 새싹들도 고개를 많이 내밀었다. 집앞 벚꽃도 수줍게 꽃망울을 터뜨렸다. 며칠 전만해도 꽃샘으로 세찬 바람이 불었는데 꿋꿋하게 시간을 견뎌냈다. 다행히도 단지 내 공원은 주말에 비해 북적이지 않는다. 아이들 마스크를 살짝 턱 밑으로 내려준다. 지금 이 시간만이라도 햇살 듬뿍, 시원한 공기 마음껏 먹으라고. 노오란 산수유꽃도 반짝반짝 빛난다. 바이러스가 장악한 침묵의 봄. 콧바람 잠시, 햇살 한 줌짜리 산책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날. 이제 곧 있으면 4..

mono + log 2020.03.23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 all about green things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 로라 바카로 시거 글 그림 | 김은영 옮김 다산기획(2014) 숲 속엔 울창한 초록 바닷속 깊푸른 초록 라임은 싱그런 초록 녹두는 누릇한 초록 정글은 거뭇한 초록 이구아나 얼룩덜룩 초록 고사리 달빛 어린 초록 풀 먹는 얼룩말 초록 무늬 갖고파 꽃잎 위 느릿느릿 초록 애벌레 빛바랜 초록 반딧불이 반짝 초록 나무 그늘 초록 그늘 세상 많고 많은 초록들 가을 오면 그만 멈춰! 흰 눈에 덮인 초록 우리 곁에 언제나 초록은 영원해

book. paper + log 2020.03.12

고양의봄. 벚꽃 동산에서.

​​​​​베란다 너머 동산은 언제 꽃이 필까 매일을 내다보았다. 나무 위쪽만 꽃망울이 터져 연분홍 핑크뮬리처럼 보이다가 며칠 새 활짝 피었다.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들어 벚꽃 피크닉이 한창이던 어제 토요일. ​ 돗자리를 펴고 쉬고 있는데, 바로 옆에 벚꽃이 예쁘게 핀 나무를 찾아 온 아빠와 딸이 보였다. 나무에 걸려있는 이름표를 확인하는 걸 보니 나무의 가족이었다. 부러운 눈빛으로 나무의 주인이신가보다 했더니, 11년에 태어난 딸아이를 위해 이듬해 봄 기념식수 행사에 참여해 나무를 심었다고. 아빠의 허리께에 닿을 만큼 훌쩍 자란 아이는 벚꽃이 핀 나무 아래서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어린 묘목이 예쁘게 자란 걸 딸에게 설명하기 바빴다. 사진을 다 찍은 아이는 벌..

photo + log 2019.04.14